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주요 신사업으로 앞세우는 삼성전기의 PLP(패널레벨패키징) 기판사업을 놓고 증권가에서 부정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이 사장은 PLP를 포함한 삼성전기의 기판사업에서 적자를 축소하고 빠르게 성과를 내 미래 성장동력으로서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윤태, 삼성전기 기판사업 향한 부정적 시선 떨쳐내기 다급해져

이윤태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1일 "삼성전기가 기판솔루션사업에서 어려운 업황을 맞고 있다"며 "IT기기의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기에서 기판사업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본 '아픈 손가락'으로 꼽히는데 올해와 내년에도 큰 폭의 영업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윤태 사장은 삼성전기 대표를 맡는 동안 기판사업에서 한 번도 연간으로 흑자를 본 적이 없다.

이 사장은 삼성전기 기판사업에서 적자를 축소하고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올레드 패널용 경연성기판(RFPCB), SLP기판과 PLP 등 신기술을 적용한 기판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하지만 이 사장이 2016년부터 약 6천억 원의 생산투자를 벌이며 주요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PLP사업은 아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도리어 기판사업의 적자폭을 확대하는 데 영향을 끼쳤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전기 PLP사업은 연간 영업손실 1300억 원 이상을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PLP사업의 성장 기대가 기업가치에도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바라봤다.

PLP는 모바일프로세서(AP) 등 시스템반도체에 쓰이는 기판으로 웨이퍼(반도체 원판)을 활용하는 기존의 기판과 비교해 생산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삼성전기가 PLP사업에서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고 투자 부담도 커지면서 PLP사업부를 삼성전자 등 계열사에 매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기가 PLP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약 5천억 원의 매각대금을 확보하고 기판사업의 손실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삼성전기는 PLP기판에 1조 원 이상의 생산 투자를 벌여야 해 부담이 크다"며 "결국 삼성전자에 PLP사업을 이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하지만 삼성전기 관계자는 "PLP사업 매각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논의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이 PLP사업을 향한 증권가의 부정적 시각을 극복하고 기판사업 수익성 회복을 추진하려면 결국 대외 고객사 확대 등 사업적 성과를 앞당기는 일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기 PLP기판은 아직 삼성전자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의 프로세서에 활용된 것을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알려진 적용 사례가 없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PLP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라 비용이 발생하고 매출도 크지 않지만 외부 거래선과 공급을 논의하는 등 사업 확대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의 기판사업은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성장 전망이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계열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중소형 올레드 고객사가 삼성전자에서 애플, 중국 스마트폰업체 등으로 다변화되고 올레드 패널의 수요도 늘면서 삼성전기의 올레드용 경연성기판 수요 증가에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기판 크기를 축소할 수 있는 삼성전기의 신형 SLP기판도 갤럭시S9와 갤럭시S10 시리즈, 접는(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폴드' 등으로 적용분야가 다변화되고 있다.

애플과 중국 스마트폰업체도 고성능 스마트폰과 접는 스마트폰 출시를 확대하며 삼성전기의 SLP기판 수요 증가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윤태, 삼성전기 기판사업 향한 부정적 시선 떨쳐내기 다급해져

▲ 삼성전기의 PLP 반도체기판 안내.


하지만 스마트폰을 포함한 IT기기의 전반적 수요 침체와 PLP기판사업의 적자가 여전히 삼성전기의 기판사업 수익성 회복에 걸림돌로 자리잡고 있다.

결국 이 사장이 PLP를 포함한 삼성전기의 기판 공급처를 자동차 전장부품, 사물인터넷 기기 등 모바일기기 이외 분야로 다변화하는 데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PLP기판 기술은 사물인터넷 기기, 웨어러블을 포함한 모든 기기에 탑재되는 프로세서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삼성저니가 PLP사업을 매각하지 않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 자체적으로 키워내는 것이 미래 성장성 확보라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종욱 연구원은 "삼성전기 PLP사업 매각 가능성은 장단점이 분명하다"며 "PLP사업을 매각한다면 투자 부담은 줄겠지만 미래 사업 중 하나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기업가치에 부정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