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회장이다. KDB산업은행이 또다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마주하고 섰다.    

2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른 시일 안에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과 업무협약(MOU)을 다시 맺는다.
 
이동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의 ‘애증 관계’ 끊어낼까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산업은행은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와 관련해 실사를 진행 중이다. 실사결과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할 자구계획을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에게 시장이 신뢰할 만한 수준의 자구계획을 먼저 내놓으라고 한 만큼 공은 일단 박 회장에게 넘어갔다.

문제는 아시아나항공이 그런 수준의 자구계획을 내놓을 수 있느냐다. 

박 회장이 그룹의 모든 직책에서 물러났지만 말 그대로 ‘성의’일 뿐 상징적 의미에 그친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재무적 상황이나 영업환경이 바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지원하는 최소한의 명분은 얻었지만 이 명분 하나만 보고 지원에 나서기엔 부족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이 추가로 내놓을 카드가 얼마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를 놓고 벌써부터 의구심이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몇 년째 허리띠를 졸라맬 대로 졸라맨 상황이다. 지난해에만 서울 광화문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옥과 CJ대한통운 지분 등을 매각하는 등 비핵심 자산도 여럿 내다 팔았다.

현재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가 보유한 비핵심 자산을 추가로 매각하거나 박 회장이 사재를 출연하는 방안 등이 자구계획에 담겨야 할 것으로 보이는데 시장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다.

이동걸 회장은 원칙주의자다. 2017년 9월 산업은행 회장에 오른 뒤 여러 기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의 고통분담, 기업의 독자생존 가능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왔다.

기업 구조조정에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기업 스스로가 살아남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하고 지원 없이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내놓을 자구계획이 이 회장의 이런 기준을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라는 점에서 과거와 달리 더욱 엄정한 잣대를 들이대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산업은행은 10년 동안이나 얽히고 설킨 관계를 이어왔다.
 
이동걸, 산업은행과 금호아시아나의 ‘애증 관계’ 끊어낼까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둘의 인연은 2009년 6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산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으면서 시작됐다.

그 뒤 산업은행이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을 이끄는 과정에서  박 회장에게 지나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그룹 경영권과 금호산업 및 금호타이어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했고 박 회장도 그룹의 실질적 경영권을 내려놓은 일이 없다.

박 회장은 우여곡절 끝에 2015년에는 금호산업을 인수하며 그룹 재건의 첫 발을 뗐다.

산업은행은 박 회장을 상대로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 같다가도 결정적 순간에는 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박 회장의 퇴진을 놓고 ‘잠시 소나기만 피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계속 나오고 있는 이유 역시 이런 과거에서 찾을 수 있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한 뒤 박 회장에게 고스란히 넘기는 꼴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산업은행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매각에 난항을 겪던 KDB생명(옛 금호생명)까지 떠맡았다.

이동걸 회장은 지금까지는 과거 산업은행의 행보를 놓고 불만을 드러내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열린 국정감사에서 KDB생명을 놓고 “애초에 인수해선 안 될 회사”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실상 박 회장과 전임 산업은행장들을 겨냥해 불편한 속내를 그대로 내보인 것이다.

그럼에도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항공사라는 점 등에서 이 회장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도울 수 있는 패가 많지 않은 점 역시 문제로 남는다.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부채는 3조 원을 넘어서지만 대부분이 비금융권 부채로 금융권 차입은 4천억 원에 그친다. 산업은행이 제공한 여신도 1560억 원 수준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