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 번 알려드립니다. 현재 위임장 집계가 지연되고 있어 주주총회 개최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주주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는 시작 예정시간인 9시를 훌쩍 넘긴 9시35분이 돼서야 시작됐다. 위임장을 집계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인데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몰렸다. 
 
한진칼 주총 무려 '2시간55분' 걸려, KCGI 반대에 석태수 '진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이 29일 서울 중구 한진빌딩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27일 열린 대한항공 주주총회와 달리 조용하게 진행됐다.

다만 안건 현장 표결과 관련된 참석 주주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주주총회는 계속해서 지연됐다. 

결국 주주총회는 모든 안건을 현장 표결로 진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주주총회가 길어지자 신속한 진행을 원하는 몇몇 주주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도 주총장 곳곳에서 터져나오기도 했다.

주총 의장을 맡은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 사장이 이번 주주총회에서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주주총회가 지연되고 있으니 빠른 진행을 위해 바로 표결 절차로 들어가겠다"였다. 주주총회는 무려 예정 시작시간인 9시 기준 2시간55분 동안 진행됐다.

모든 의안 심사가 현장 표결로 진행된 만큼 찬반 토론은 격렬하지 않았다. 다만 신민석 KCGI 부대표는 제1호 의안인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과 관련해 반대의견을 표시했다.

신 부대표는 “별도 대차대조표를 보면 지난해 차입금 조달로 자산총계가 2조 원이 넘었다”며 “이것과 관련해 이사진의 배임 관련 이슈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와 관련해 확실한 답변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성환 한진칼 재무담당 전무는 “본 건은 정상적 경영활동에 해당한다”며 “2018년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도 올라가고 올해는 금융시장이 경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단기차입금 상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신 부대표는 석 사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의안과 관련해서도 반대 의견을 냈다. 

신 부대표는 “석 사장이 2013년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며 “2016년 한진칼 사내이사로 있을 때도 한진해운을 지원하기 위해 한진칼 주주의 이익을 훼손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칼 주주총회에 참가한 이색 참석자들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한 참석자는 54년 동안 주식을 들고 있었다며 회사 임직원들이 회사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 주주는 “주주번호 한번도 안 움직이고 이 주식으로 54년 동안 들고 있었다”며 “이번 주주총회에 두 번째로 참여했는데 여기 오신 이들은 다 회사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신 이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주주의 발언이 끝난 뒤 여기저기서 박수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발언권을 얻지 않은 상태에서 수차례 “국민연금이 공적 자금을 사용해 사기업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큰 소리로 발언하다가 의장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