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박정호, 최태원 뜻 받아 SK텔레콤 중간지주사 '7부능선'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6일 SK텔레콤 본사 사옥에서 열린 '제35회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업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 SK텔레콤 >

박정호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전폭적 지지 아래 SK텔레콤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8일 SK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박 사장이 SK하이닉스 이사회 의장에 선임되면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이 올해 안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사장은 27일 열린 SK하이닉스 이사회에서 이사회 의장에 선임됐다.

이미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의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만큼 박 사장은 SK텔레콤과 자회사의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SK텔레콤의 중간지주사 전환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

박 사장은 현재 SK텔레콤을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리한 뒤 지주회사가 통신사업부문과 SK브로드밴드, SK하이닉스 등을 모두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박 사장은 26일 SK텔레콤 정기주주총회에서 “현재 해외 주주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찬성해 분위기가 무르익은 만큼 시간적으로 내년으로 넘어가면 안 된다고 본다”며 올해 안으로 중간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중간지주사 전환에는 시장 타이밍이 중요하고 SK하이닉스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재원 마련 등의 과제도 미리 해결돼야 한다. 

특히 공정거래법 개정안 시행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가 되기 위해서는 SK하이닉스 지분을 10%가량 더 확보해야 한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중간지주회사는 상장 손·자회사 지분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SK텔레콤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0.1%에 불과해 9% 이상의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5조 원의 자금은 적지 않은 부담이다.

현재 증권가에서는 SK텔레콤의 이동통신(MNO)사업 재상장을 통한 자금을 마련하는 방법에 더해 SK하이닉스가 자사주를 소각해 투자회사의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 SK하이닉스 배당금을 통한 자금 마련 등이 나오고 있다.
    
변수가 많은 만큼 자금 확보를 위해서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박 사장이 관련 회사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른 만큼 큰 어려움이 없을 수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박 사장을 관련 회사의 의사결정을 주도할 수 있는 자리에 앉힌 것도 그런 점을 고려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박 사장을 향한 최 회장의 두터운 신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SK가 굵직한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박 사장을 투입했다.

박 사장은 SK그룹의 역사를 바꾼 세 번의 인수합병 작업에 모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1980년 유공(SK이노베이션), 1994년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인수작업에 참여했고 2011년에는 반대 의견이 다수였던 하이닉스반도체(SK하이닉스) 인수를 성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지난해에는 도시바메모리 인수전을 직접 진두지휘했다.

2015년에는 SK그룹 구조개편도 주도했다.

2014년 SKC&C와 SK의 합병설이 끊임없이 불거졌던 당시 최 회장은 그를 대신해 박 사장을 SKC&C 사내이사에 올렸다. 최 회장은 징역 4년의 실형을 확정받으면서 SKC&C 등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일 때였다.

박 사장은 그 해 연말인사 때 SKC&C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15년 6월 SKC&C와 SK 합병 작업을 마무리한 뒤 합병법인인 SK 대표이사에 올랐다. 

이번 중간지주사체제 전환 역시 최 회장의 뜻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2016년 10월 그룹 CEO세미나에서 “일부 계열사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지시했고 12월 박 사장을 SK텔레콤 대표이사로 보냈다.

당시 시장은 박 사장이 최 회장의 특명을 받아 지배구조 개편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