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에 기자재를 남품하는 협력업체는 1천여 곳,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 수는 1만7천여 명이다.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은 이들의 생존권 보장 요구에 어깨가 천근만근이다. 협력업체들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일감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경영난을 걱정하고 있다.
 
권오갑,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의 생존권 요구에 부담 커져

▲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부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민영화 본계약 체결식에서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작업을 본격화하면서 거제 인근 조선기자재업체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향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의 수주 물량을 자회사와 울산 쪽 협력업체들에 몰아줘 거래가 끊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경남 김해와 거제, 창원, 부산 녹산 등지에 골고루 퍼진 협력업체들로부터 기자재를 공급받는 반면 현대중공업은 엔진 등 핵심 기자재의 상당 부분을 자회사에서 충당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에 엔진을 납품하는 경남 창원의 HSD엔진은 인수 관련 소식이 보도된 1월30일 이후 주가가 28.7%가량 곤두박질했다.

창원시의회는 최근 임시회에서 이와 관련한 대책을 세울 것을 촉구하는 대정부 건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 시의회는 "대우조선해양이 현대중공업에 매각되면 창원과 경남지역 협력사들이 줄도산 위기를 맞게 될 것은 불 보듯 뻔 한 일"이라며 "이는 지역경제에 치명적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 김해시 역시 14일 허성곤 시장의 주재로 지역 협력업체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했다. 김해는 경남에서 가장 많은 396개의 조선기자재업체가 조업 중이다. 이들은 현대중공업이 관계사를 통해 핵심 기자재를 자체 생산하기 때문에 대우조선해양이 매각되면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논란에 대응해 8일 산업은행과 본계약 당시 발표문에서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 및 부품업체의 기존 거래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에 제출한 자료에는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을 담지 않았다.

권 부회장은 이런 상황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본계약 자리에서 이번 인수가 그의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직접 밝힌 데다 인수 추진 이유로 조선산업의 성장에 관한 사명감을 들었기 때문이다. 기업인으로서 이윤 추구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까지 스스로 짊어진 셈이다.

권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의 불안을 잘 알고 있고 앞으로 현대중공업은 지역사회에 공헌하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며 이번 인수를 두고 현대중공업그룹을 "믿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윤한홍 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1차 협력업체에서 파생되는 2·3차 협력업체의 수는 최소 1천 개, 연간 거래금액만 3천억 원 이상이다. 최근 5년 동안 납품 비중에서 대우조선해양이 35% 이상인 기업도 있다.  

최근 김종훈 민중당 의원이 주최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인수 문제점 진단 토론회’에서 허민영 경성대 교수는 대우조선해양의 1차와 2차 협력업체 근로자 수를 1만7천여 명으로 추산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협력업체 문제는 실사가 이뤄지지 않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현재 기본방침은 가능한 한 기존 협력업체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