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완패한 카드사, 남은 대형 가맹점과 협상도 첩첩산중

최석철 기자
2019-03-14 12: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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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이 현대차와 수수료율 협상에서 사실상 ‘완패’한 데 이어 이동통신 및 유통사 등 대형 가맹점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도 ‘죄수의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죄수의 딜레마란 비슷한 처지의 동료를 믿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고려한 선택이 결국에는 모두에게 불리한 결과를 낳는 상황을 말한다.
 
현대차에 완패한 카드사, 남은 대형 가맹점과 협상도 첩첩산중

▲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대형마트 등에는 평균 0.15%포인트 수준 인상안을, 통신사에는 0.15~0.20%포인트 수준 인상안을 각각 통보했다. < Pixabay>


1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대형마트 백화점, 이동통신사, 항공사 등에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안을 통보했지만 이들도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형마트 등에는 평균 0.15%포인트 수준 인상안을, 통신사에는 0.15~0.20%포인트 수준 인상안을 각각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들은 이들과 잇달아 수수료 협상을 벌이기 위한 테이블을 꾸리고 협상 준비를 하고 있지만 현대차의 ‘전례’에 발목이 잡힐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 산정은 가맹점 수수료 원가에 적격비용을 부과하는 법적인 근거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해 왔지만 결국 가맹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내놓은 현대차에 줄줄이 무릎을 꿇으면서 다른 대형 가맹점들도 더욱 강한 자세로 나올 것이 예상된다.

신용카드업계 상위기업인 신한카드와 삼성카드, 롯데카드가 끝까지 버텼지만 현대차가 한 발자국도 물러나지 않으면서 결국 현대차가 내민 조정안인 1.89% 내외에서 협상을 마무리했다.

현대차와 카드사의 협상은 막강한 '바잉파워(Buying Powr,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기업의 구매력)'를 지닌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의 수수료율 협상 첫 대결이었다. 정부와 정치권이 만들어준 명분을 손에 쥔 카드사들도 배수의 진을 칠 것으로 점쳐졌지만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난 모양새다.

카드사들은 애초에 대형 가맹점이 ‘갑’의 위치, 카드사가 ‘을’의 위치라는 상황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는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을 밀어붙여 낮춘 만큼 카드사도 먹고 살 수 있는 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보이기는 했다.

그러나 "대형 가맹점과 카드사들은 합리적으로 협상하라"는 그럴싸한 명분만 내세우고 실질적 도움은 하나도 주지 않은 채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하라"고 되려 카드사의 등만 떠민 셈이 됐다.

카드사들은 정부가 야속하지만 지금은 다시 협상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각 카드사가 덩치에 따라 협상에 나서는 태도가 다르고 주력 업종도 달라 '단일대오'로 대형 가맹점과 협상 테이블을 꾸릴 수 없다는 점이 문제점이다.

현대차와 협상 과정에서도 신용카드 점유율 1위인 신한카드와 각각 삼성그룹과 롯데그룹을 등에 진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등은 수수료 인상안을 강하게 밀어부쳤지만 그 외 중소형 카드사들은 한발짝 물러나 협상의 '여지'를 뒀다.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점유율 70%를 차지하고 있는 현대기아차와 가맹점 계약해지가 되면 대형 카드사보다는 중소형 카드사들이 입는 실적 타격이 극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으로 현대기아차의 국내 매출 32조 원 가운데 신용카드 결제 비중은 약 70%인 22조5천억 원으로 추산됐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부 카드사가 현대차에 3월1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수수료율 인상안을 유예해주기로 하면서 카드사 사이에 태도가 슬그머니 달라졌다”며 “애초에 1:1 계약인 만큼 서로 눈치보기가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모든 카드사들이 협상 테이블에서 같은 태도를 취하면 수수료율 인상이라는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지만 나홀로 가맹점 계약을 해지당하면 리스크가 큰 만큼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동료 카드사를 서로 믿지 못하고 혼자 '왕따'가 될 것을 우려해 결국 모든 카드사들에게 불리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카드사들은 거액의 마케팅비용을 들여가며 가맹점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던 상황에서 계약해지라는 '폭탄 조건'이 나오면 서로 눈치를 보며 탈출구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도다.

결과적으로 모든 카드사가 원하는 수준으로 카드 수수료율 인상안을 관철시킬 수 없게 되는 만큼 업계 전반에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이동통신사와 대형 마트 등도 현대차와 비슷하게 카드사에 수수료 인상 근거를 제시하라며 강경한 '갑'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다만 변수는 이동통신사와 대형 마트, 백화점 가운데서는 현대기아차처럼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단일 가맹점이 없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의 수수료 협상 1라운드에서는 승기를 뺏겼지만 이를 교훈으로 삼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동통신사와 대형마트 등은 소비자의 반발과 당국의 눈치를 감안해 현대기아차처럼 가맹계약 해지라는 강수를 두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카드사들도 현대차보다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하기 어려운 만큼 협상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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