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에서 여성임원이 비중이 늘고 있다.

여성고객이 많은 업종 특성상 여성직원 수 자체가 많아 '유리천장'을 뚫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 때문으로 보인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여성임원 '제도적 사다리' 마련에 앞장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유통기업들도 여성임원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한 토대를 닦기 위해 여성친화적 근로제도를 도입하는 데 힘쓰고 있다.   

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유통회사들에서 여성임원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롯데그룹은 2018년 12월 진행한 2019년도 임원인사에서 10명의 여성임원을 발탁해 여성임원 수가 모두 36명이 됐다. 

신세계그룹도 2019년 3월 기준으로 여성임원 수가 10여 명, 현대백화점그룹은 여성임원 수가 11명이다. 

여성임원 비율은 롯데그룹이 4% 이상, 신세계그룹은 6%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8.1%다. 

롯데그룹은 여성임원 상당수가 유통 계열사에 몰려 있고 현대백화점그룹은 패션 전문기업인 한섬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섬은 전체 임직원 70% 이상이 여성으로 구성돼 있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여성임원 수는 재계를 통틀어 눈에 띈다. 

국내 30대 기업의 여성임원은 전체 임원의 3% 정도에 그친다. 하림그룹, 농협 등 대기업에는 아예 여성임원이 없는 곳도 많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여성고객과 접점이 많은 유통 계열사들이 여성직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화장품이나 디자인 쪽은 섬세하거나 유행에 민감한데 여성직원들이 이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근로연구원이 올해 1월 발표한 ‘기업 내 여성임원 비율 확대를 위한 전략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여성근로자는 2017년 기준으로 유통업종에서 가장 많이 종사하고 있다. 전체 여성근로자의 26%가량이 유통업종에서 일하고 25%가량은 IT업종에서, 15%가량은 서비스업종에서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성임원 비율도 IT와 유통업종에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규직 여성직원 대비 여성임원 비율은 IT업계가 24.9%로 가장 높았고 서비스가 11%, 유통부문이 10.6%로 뒤를 이었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 보고서에서 “여성임원이 기술과 영업마케팅 직무에서 일하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며 “생활용품, 서비스, 식음료업에서는 여성임원의 기술직무 비중이 남성임원의 기술직무 비중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여성임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라고 보기 어렵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여성임원 '제도적 사다리' 마련에 앞장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과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전체 정규직 직원 가운데 여성비율에 비춰보면 여성임원 수는 적은 편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경력단절 등 때문에 임원으로 성장할 수 있는 여성관리자 규모가 작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은 여성직원이 임원으로 올라 설 수 있는 '제도적 사다리'를 놓는 데 힘쓰고 있다. 

롯데그룹은 여성 육아휴직뿐 아니라 남성직원이 자녀를 출산하면 1개월 육아휴직을 자동으로 쓸 수 있다. 또 하계와 동계에 국한되지 않고 연중 자유롭게 2회 휴가를 쓸 수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0년 9월부터 육아휴직을 쓴 뒤 복직하는 여성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부서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배치하는 ‘희망부서 우선 배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 2018년 1월부터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주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직원이 임신을 인지한 순간부터 출산할 때까지 2시간 단축근무를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또 남직원의 육아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2018년부터 1년 동안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3개월 동안 통상임금 100%를 보전해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8년 12월 발표한 ‘2018년 여성관리자 패널조사’에 따르면 여성관리자들이 재직하고 있는 기업에서는 모성보호제도가 잘 운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관리자를 둔 회사의 80% 이상이 △출산전후 휴가 △육아휴직 △병가 △배우자 출산휴가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현대백화점그룹이 앞장서서 운영하는 제도들이다.

8일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에서 한국은 또 다시 꼴찌를 차지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은 여성이 일하기에 최악인 나라로 7년째 불명예를 이어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