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대형 가맹점과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계는 정부의 역할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

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공개적으로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비판하는 등 카드사와 대형 가맹점 사이의 수수료율 갈등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용카드사와 대형가맹점 수수료 갈등에 정부 개입하나

▲ 카드사들이 자동차업계 등 대형가맹점과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역할에 기대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입장을 밝힌 것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에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자동차 등이 가입돼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4일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삼성카드, 롯데카드, 하나카드 등 카드사 5곳에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상을 수용할 수 없어 현대차는 10일, 기아차는 11일부터 가맹점 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다만 가맹점 계약 해지 뒤에도 협상은 계속하기로 했다.

자동차 구입에 신용카드를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자동차회사나 카드사나 서로 좋을 것이 없으므로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강수로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자동차업계와의 신용카드 수수료율 협상에서 물러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자동차업계와의 협상에서 수수료율 인상에 실패하면 통신, 유통, 항공업계와의 협상에서도 수수료율 인상이 실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까지 가맹점 해지를 들고 나오면 더욱 치명적”이라며 “다른 업권과 갈등이 확산되는 모양새는 부담이지만 이번에 백기를 들면 앞으로 협상에서 계속 밀릴 것이라는 위기감이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이 간편결제에 힘을 실어주는 방향으로 추진되면서 신용카드업계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은 카드사들을 더욱 절박하게 만든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한도 축소를 검토한다고 밝혔고 금융위는 2월 말 금융결제망 개방을 결정했다. 신용카드업계에 큰 타격을 줄 결정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 인상을 추진하게 된 계기 자체가 정부의 ‘카드 수수료율 역진성 해소’ 정책이라는 점에서 쉽게 발을 빼기도 어렵다. 

한편으로는 정부가 카드사들의 믿을 구석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카드 수수료율과 관련된 협상에서 카드사들은 대형 가맹점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정부가 카드사에 가시적으로 압박을 가하면서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 인상안을 꺼내들 명분이 생긴 셈이기 때문이다.

윤창호 금융위원회 금융산업국장은 "대형 가맹점이 협상력 우위를 내세워 부당하게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요구하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대형 가맹점과 수수료율 갈등에 정부가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율에는 적극 개입했으면서 대형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율에 나몰라라 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카드사들도 대형 가맹점과 협상에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번 기회에 대형 가맹점에 현실적 수수료율을 제시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