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매각을 둘러싼 논란으로 연일 시끄럽다.

노조와 지역사회가 매각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데다 경쟁 국가의 심사를 거쳐 무사히 인수합병까지 갈지 여부도 확신하기 힘들어 불확실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 놓고 반발 커져 기업가치만 멍들 위험

▲ 대우조선해양 노조가 6일 경남 거제시 애드미럴호텔에서 산업은행 기자간담회를 막고 있다.<연합뉴스>


6일 조선업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추진을 두고 여기저기서 하루가 멀다하고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매각 측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1시 거제 애드미럴 호텔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려고 했으나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지역 시민사회단체(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의 반대로 취소됐다.

지역 정치권도 반대 움직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거제시, 창원시, 함안군 등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들이 있는 경남 지역의 6개 시·군은 6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고용안정 보장, 기존 협력사와 기자재업체들의 생태계 보장 등에 관한 대안없이 일방적으로 매각 절차를 진행하면 안된다"며 공동으로 성명서를 냈다.

경남도의회는 5일 열린 본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관련 대정부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경남도민의 생존권 보완대책 없는 인수합병 반대 △고용보장 △매각의 모든 과정 공개 등을 요구했고 더불어민주당 거제시지역위원회도 일방적 매각 추진을 중단하라고 산업은행을 압박 중이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역시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의 본계약을 앞두고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6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동참해 4시간 파업을 한 뒤 7일에 산업은행 앞에서 천막농성, 8일에는 청와대 앞에서 투쟁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정작 대우조선해양은 피인수자이다보니 매각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권이 없다. 이런 불안한 상황을 사실상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셈이다.

더 큰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이런 ‘난리’를 겪고도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은 노조와 지역사회 반발,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반대 등 리스크가 많지만 승산은 50% 이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매각에 실패할 확률이 절반은 된다는 뜻이 된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려면 경쟁 국가들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하는데 세계 각국은 반독점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중국, 유럽연합(EU) 등 한 국가라도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반대하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는 현대중공업이 승인을 안해주는 시장을 포기할 수도 있지만 이런 손해를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성립 대표이사 사장까지 물러날 뜻을 내놓은 마당에 매각이 실패로 끝나면 대우조선해양은 들쑤셔진 분위기를 수습하는 데만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의 불안정한 지위를 걱정해 선주들이 발주를 망설이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은 인수에 실패해도 잃을 것이 없지만 대우조선해양은 매각작업을 진행하면서 선박 영업조직이 무력화해 기업가치에 상당한 피해가 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 실사 과정에서 부당한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실사라는 명목으로 대우조선해양 기술을 살필 수도 있다”며 “우리는 실사단이 서울 사무소와 옥포 조선소에 한 발자국도 들어오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8일 산업은행과 본계약을 맺은 뒤 대우조선해양 현장실사를 진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노조와 물리적 충돌 가능성도 있다. 노조는 이미 서울사무소와 거제 본사를 거점으로 '매각 실사 저지단'을 구성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