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조원태 내우외환, 대한항공 '50번째 생일상' 조촐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왼쪽 다섯번째)이 4일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대한항공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부문별 직원 대표들과 함께 기념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창립 반세기를 맞았음에도 내부적으로 조촐하게 자축하는 행사를 여는 것으로 그쳤다. 

2009년 열렸던 40주년 행사를 이명박 전 대통령,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 등이 축사를 보내는 등 떠들썩하게 진행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4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그동안 대한항공 창립 50주년이 상징하는 의미를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조 회장은 40주년 기념 행사에서 “2019년 50주년에는 세계 항공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항공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45주년 기념행사에서도 역시 2019년을 '초일류 항공사로 도약하는 해'로 꼽았다.

하지만 정작 조 회장은 창립 반세기를 맞아 잔치 분위기를 내지는 못했다.  

대한항공을 둘러싼 외부상황과 여론이 악화한 것을 의식해 기념 행사를 성대하게 개최하는 것보다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격려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창립 50주년을 맞아 지금까지 업무상 실수로 징계를 받았던 직원들에게 더 이상 승진, 호봉 승급 등 인사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은 4일 대한항공 보도자료를 통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규정을 준수하지 못해 책임을 져야했던 직원들이 과거 실수를 극복하고 일어서 능력을 더욱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인사 불이익 해소로 임직원들이 화합 속에서 새롭게 출발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날 기념식에서 대한항공과 오랜 시간 함께한 직원들에게 상을 주는 코너를 마련하기도 했다. 임직원 얼굴 사진을 모자이크해 50주년 엠블럼을 만들어 공개하는 등의 이벤트도 우수 직원 표창과 함께 진행됐다.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결속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내부 분위기가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오너 일가의 '갑횡포' 사태가 불거진 뒤 직원들의 고발과 폭로가 잇따랐고 이를 둘러싼 직원들 사이 불신과 분열도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적으로도 기업 이미지가 크게 하락하면서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예전만 못하다는 시선이 많다. 

대항공직원연대의 한 간부는 “얼마 전 사내에서 직원 대상 윤리교육을 한 적이 있다”며 “일부에서는 왜 교육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받지 않고 직원들이 받아야 하냐는 불만 섞인 농담이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근 박창진 사무장의 수기 출간 등으로 대한항공 직원들의 자부심과 사기가 많이 떨어진 상태”라며 “자부심을 지니고 다니던 직장이 동료직원의 고발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는데 직원의 사기가 높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도 2019년 신년사에서 대한항공의 미래를 위해 임직원들의 단합을 강조하는 등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는 데 힘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조 사장은 “대한항공은 임직원들에게 보답한다는 자세로 새로운 100년을 열어가고자 한다”며 “임직원들과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며 성과를 두고 정당하게 보상하고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2월22일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임직원 자녀에게 입학 선물과 조 사장 명의의 축하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