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따라 한국 금융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사업을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에 이어 보험업과 투자금융(IB)업에서도 기회가 커지고 있다.
 
신남방정책 타고 보험과 투자금융도 베트남으로 금융영토 넓혀

최종구 금융위원장.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들이 기존 베트남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거나 새로 진출하는 방안을 잇달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주로 은행들이 베트남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베트남 금융시장에서 영향력을 늘려갔다. 신한금융지주의 신한베트남은행은 베트남의 외국계 은행 가운데 시장 점유율 1위로 나타났다.

앞으로 보험업과 투자금융업 등 비은행 금융업도 베트남에서 영토를 늘려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 비중은 주변국과 비교해 낮아 앞으로 보험업 성장이 기대된다”며 “외국 보험사들의 시장 점유율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바라봤다.

한국 보험사들은 베트남 보험산업의 성장을 바라보고 현지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는 등 베트남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손해보험은 베트남 바오민보험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은 2018년 12월 유상증자를 거쳐 비에틴은행보험의 주식 25%를 확보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업계가 단독으로 베트남에 진출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어서 현지 우체국 등과 손잡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인을 세워 현지 보험사를 인수하거나 협약을 맺고 함께 사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투자금융업도 베트남에서 사업을 넓힐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베트남 정부는 지속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기업들이 베트남에 진출하며 베트남 기업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도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한국투자증권 등 투자금융에 강점이 있는 금융기업들은 베트남에서 사업 확대를 꾀하고 있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신년사에서 “베트남 법인에서 투자금융과 홀세일(기관영업)을 강화하고 장외파생상품 등 신규 사업 경쟁력을 빠르게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업들의 베트남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 관련 정부기관도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국내 금융기업을 향한 베트남 정부의 규제를 정부가 나서 해결하는 등 금융영토를 넓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이 2월 하노이 지점을 개설하게 된 데에 정부의 노력이 컸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국민은행은 2016년 베트남 하노이 지점 개설 신청을 했으나 베트남 정부가 외국은행의 신규 지점 개설허가를 미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도현 베트남 주재 한국대사는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를 두 차례 만나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베트남 금융관련 부처와 협의를 하며 두 나라 사이 금융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하는 등 KB국민은행 지점 개설을 측면에서 지원했다.

금융 관련 정부기관들은 베트남을 신남방정책의 주요 파트너로 보고 핀테크 등 첨단 분야로 금융협력을 확대해 나갈 계획도 세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핀테크산업 발전을 위해 베트남과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고 두 나라 금융기업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