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대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장은 유럽이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과점화가 진행되고 있어 세 회사는 거대시장인 유럽에서 입지 강화를 통해 안정적 시장 지위를 확보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유럽에서 전기차배터리 놓고 맞붙어

▲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왼쪽),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가운데), 전영현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


28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배터리3사는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장의 생산능력을 키우기 위한 공격적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앞서 27일 헝가리에 위치한 전기차 배터리공장과 관련된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삼성SDI가 헝가리 괴드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증설에 56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먼저 전해졌다.

LG화학이나 삼성SDI에 비해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은 더 공격적 투자계획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가 유럽 공장 증설을 발표하자 뒤이어 9452억 원을 투자해 헝가리 코마롬에 전기차 배터리 제2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알렸다. 헝가리 코마롬에 2021년 양산을 목표로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짓고 있는 중에 2공장을 짓기로 한 것이다. 

LG화학은 세 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시장 공략에 나선 만큼 유리한 지위를 차지한 상황이다.

LG화학은 4천억 원가량을 투자한 유럽 폴란드 공장에서 연간 10만 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해뒀으며 지난해 1분기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생산능력은 삼성SDI의 두 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LG화학은 지난해 11월 폴란드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증설을 위해 6513억 원을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폴란드 정부가 LG화학에 세제혜택을 포함해 3600만 유로(46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나선 가운데 유럽연합의 반독점 규제당국이 폴란드 정부의 지원계획을 최종 승인했다.

이런 상황이라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유럽시장에서 시장 지위를 확대하고 있는 LG화학을 추격하는 한편 날로 커지고 있는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올해 들어 증설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 관계자는 “유럽은 중국만큼이나 거대한 시장으로 최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늘고 있다”며 “늘어나는 유럽 지역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증설투자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제 2공장을 짓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수주를 확보했다는 말과 같다”며 “수주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물량을 갖춰 유럽시장에서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시장을 둘러싼 세 회사의 각축전은 미래 시장을 주도할 전기차 배터리 유형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기도 하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삼성SDI는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세 회사의 전략적 고객사인 폭스바겐은 지난 2018년 11월13일 3세대 전기차용 동력전달장치(파워트레인) 플랫폼을 공개했는데 배터리 탑재공간만 비어있었다.

폭스바겐은 이미 전기차용 플랫폼을 확정한 만큼 배터리의 출력만 맞는다면 파우치형과 각형 가운데 어떤 배터리를 선택해도 상관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따라서 세 회사는 현재 생산하는 전기차 배터리의 유형을 유지하면서 성능 향상을 놓고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게 됐다.

세 회사가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힘쓰는 것은 유럽시장이 규모 면에서 중국 다음가는 거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은 정부 차원의 자국 기업 밀어주기가 이뤄지고 있어 유럽이 사실상 가장 큰 시장이다.

세 회사는 글로벌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한국산 전기차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아 중국시장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의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럽연합 에너지연합의 마로스 세프코피치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유럽의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2025년 2500억 유로(319조 원가량)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2020년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하기로 했지만 이미 글로벌시장에서 CATL과 BYD 등 중국 회사와 파나소닉, LG화학의 상위 4개 회사가 2018년 기준으로 62.9%의 점유율을 보이는 등 전기차 배터리시장은 이미 과점화 단계에 들어섰다.

LG화학이 점유율 19.2%의 2위 사업자로 과점시장에서 어느 정도 입지를 다진 것과 달리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는 모두 안정적 입지 확보를 위해 유럽시장 공략이 절실하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삼성SDI는 점유율 7.6%로 4위, SK이노베이션은 2%로 6위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