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운수권 배분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인천~몽골 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을 아시아나항공이 배분받은 것을 놓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새 운수권 배분에서 나란히 '절반의 성공'

▲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사장.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운수권 배분 결과는 기존에 대한항공이 보유하고 있던 ‘좌석수 제한 없는 주 6회 운항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아시아나항공에 운수권을 배분하기 위해 한·몽 항공회담이 이뤄진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항공회담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대한항공이 운항하던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은 주 6회 운항 횟수 제한만 있었을 뿐 별도로 공급석 제한은 없었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가장 큰 기종인 404석 규모의 B747-400 항공기를 6회 운영한다면 한 주에 2424석의 좌석을 공급할 수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열악한 현지 공항 사정 때문에 대형 기종을 띄울 수 없었던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 울란바토르 신공항이 개항하면 대형 기종을 띄울 수 있게 되는데 이번 항공회담으로 공급석에 제한이 생겨버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번 운수권 배분의 최대 수혜자가 대한항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종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배분결과는 대한항공에게 가장 긍정적 결과”라며 “대한항공은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장거리 노선 운수권을 독식하며 앞으로도 차별적 장거리 노선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운수권 배분결과는 유럽 운수권을 다수 확보한 대한항공에 긍정적”이라며 “배분받은 운수권을 전부 운항하고 3월 티켓가격 수준, 탑승률 85%를 유지한다고 하면 대한항공은 매출 330억 원 수준의 증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파악했다.

대한항공은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러시아, 헝가리, 네덜란드, 런던, 밀라노, 로마, 호주, 마닐라, 우즈베키스탄 운수권을 확보했다. 운항 횟수는 러시아 노선과 런던 노선은 주 3회, 헝기리 노선은 주 4회, 나머지 노선은 각각 주 1회씩이다.

대한항공이 장거리 노선에서 실속을 챙긴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절반의 성공'에 그친 것으로 보인다. 저비용항공사와 경쟁심화에 장거리 노선을 확대하려던 전략에 상당한 차질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999년부터 20년 동안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운수권 확보를 위해 노력해왔는데 이번 운수권 배분에서 이 노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앞으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주 3회, 833석 규모의 정기편을 취항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장거리 노선을 카자흐스탄 노선 하나밖에 확보하지 못한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 경쟁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저비용항공사들은 그동안 단거리 노선에 집중했던 전략에서 벗어나 중거리 취항을 늘리며 중·단거리 노선에서 대형항공사의 여객 수요를 지속적으로 잠식해나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부터 저비용항공사와 노선 차별화, 수익성 개선 등을 위해 장거리 노선을 강화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2018년 5월에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8월에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새 비행기를 띄웠다. 

이종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은 대부분 장거리 노선에서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여력이 제한돼 저비용항공사와 경쟁 회피를 위해 필요한 장거리 노선의 공급 확대가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