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태양광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를까?

김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등에 따라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등 핵심 계열사 대표는 당분간 맡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승연, 집행유예 끝나 한화그룹 태양광 계열사 대표 맡을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김 회장이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한화그룹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한화큐셀앤첨단소재, 한화큐셀 등 태양광 관련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1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18일 5년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났지만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등 핵심 계열사 대표를 맡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특가법이 징역형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날부터 2년 동안 금융회사나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 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의 취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2014년 2월 회사와 주주들에게 3천억 원대의 손실을 입힌 배임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1억 원을 받아 당시 맡고 있던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한화L&C, 한화갤러리아, 한화테크엠, 한화이글스 등 7개 계열사 대표이사에서 모두 물러났다.

재계에서 김 회장의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만큼 대표이사 복귀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만 한화, 한화케미칼, 한화생명 등 핵심 계열사 대표에 오르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한화는 한화그룹 전체의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고 한화케미칼은 태양광과 화학 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한화생명은 금융계열사의 중간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김 회장이 한화그룹이 최근 힘을 주고 있는 방산 계열사 대표이사로 복귀하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총포·도검·화약류 등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총포화약법)은 금고 이상의 형으로 집행유예를 받은 자는 유예기간이 끝난 날부터 1년 동안 관련 기업에 임원 취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현재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 등 4개 계열사를 통해 방산사업을 하고 있는데 4개 계열사 모두 총포화약법의 적용을 받고 있다.

이에 한화큐셀앤첨단소재와 한화큐셀 등 태양광 계열사들이 김 회장이 대표이사에 오를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힌다.

태양광사업은 한화그룹의 대표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현재 김 회장의 첫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이끌고 있다. 김 회장이 대표를 맡는다면 상징성을 더할뿐더러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김승연, 집행유예 끝나 한화그룹 태양광 계열사 대표 맡을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2017년 12월11일 중국 장쑤성 한화큐셀 치둥 공장을 찾아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앞줄 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2010년 이후 인수합병 등을 통해 한화큐셀앤첨단소재, 한화큐셀 등 태양광 사업을 키웠다. 한화큐셀앤첨단소재와 한화큐셀이 김 회장의 과거 배임 혐의와 연루된 한화케미칼을 모회사로 하고 있지만 배임 혐의와 연관성이 낮은 만큼 김 회장이 대표에 올라도 특가법에 저촉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업체 한화토탈도 김 회장이 대표에 오를 수 있는 계열사로 분류된다.

한화토탈은 2017년 기준 6조7천억 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해 금융회사를 제외한 한화그룹의 계열사 가운데 자산 규모가 3번째로 크다. 더군다나 2015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인수된 만큼 김 회장이 대표를 맡는 데 특가법에 저촉되지도 않는다. 석유화학업체인 만큼 총포화약법과도 관련이 없다.

하지만 2018년 5월 기준 한화그룹과 프랑스 화학기업인 토탈그룹이 각각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한화그룹의 영향력이 다른 계열사보다 낮은 만큼 김 회장이 대표에 오르는 과정이 다른 계열사보다 번거로울 수 있다.

김 회장이 주요 계열사의 대표를 맡아 태양광 등 차세대사업에 힘을 실어주길 바라는 기대감이 한화그룹 내부에서도 나온다. 다만 김 회장이 한화, 한화케미칼 등의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에 오를 수 없는 상황에서 자회사 대표이사에만 오를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김 회장은 집행유예 기간 대표이사만 맡지 않았을 뿐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계열사 인수부터 최근의 한화생명 인수 참여까지 그룹 차원의 굵직한 결정을 내리며 경영활동을 지속해왔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의 대표이사 복귀와 관련해 “정해진 바가 없어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