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오프라인 매장 한 곳 없이 영국 e커머스회사 ‘오카도’가 영국 유통대기업 테스코를 위협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오카도는 오직 대형 물류센터와 배송 네트워크만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붙잡는 데 성공해 테스코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정용진 최우정, 이마트 e커머스 성공비결을 '오카도'에서 찾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과 최우정 신임 신세계그룹 온라인통합법인 대표이사.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최우정 신세계그룹 온라인신설법인 대표이사 내정자도 오카도를 바라보고 있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이 물류 시스템 혁신과 초저가 전략으로 온라인 통합법인 육성에 힘을 쏟을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 신설법인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사업부를 따로 떼어내 합병하면서 만들어지는 법인인데 3월1일 공식 출범한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앞으로 국내 고객도 더 스마트해질 것이고 결국 선진국처럼 될 것”이라며 “e커머스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를 위해 상품 개발부터 제조, 물류, 유통, 판매까지 모든 과정에서 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구조적 변화를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 부회장의 이런 청사진은 오카도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오카도는 2000년 영국에 설립된 온라인 식료품 유통회사인데 기존 대형마트의 유통 과정을 단순화해 대형 물류센터에서 제품을 직배송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카도는 특히 기존 물류센터에서 활용되던 컨베이어벨트를 과감하게 빼고 무인로봇 수천 대를 놓아 물류 생산성을 45%가량 끌어올렸다. 

오카도는 이 밖에 ‘오카도 스마트 플랫폼’을 설치해 주문을 접수하고 처리하고 배송하는 서비스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독자적 방식을 마련했다. 

정 부회장이 말한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은 오카도처럼 독자적 물류 시스템과 e커머스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실제로 온라인 신설법인의 물류, 배송 인프라, IT기술 향상 등에 1조7천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마트는 경기도 보정과 김포에 대규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김포에 새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고 있다. 

이마트는 김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2018년 12월 기준으로 공정이 30%가량 지었으며 2019년 하반기 가동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포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가동되면 온라인 신설법인의 물류 시스템 효율성이 크게 좋아질 것으로 이마트는 기대한다. 

최 대표는 정 부회장의 의지가 담긴 사업을 가장 잘 실현할 인물로 꼽힌다. 

최 대표는 2018년 9월 서울 삼성동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페이스북 주최로 열린 ‘페이스북 마케팅 서밋 2018’에서 “배송을 빨리 하려면 운송수단의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오토바이나 트럭이나 배송속도는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배송속도는 출하속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과거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담당 직원이 주문목록을 들고 다니며 오프라인매장에서 제품을 골라 포장하던 시절부터 이마트 온라인사업을 이끌었다. 

최 대표는 이 경험을 통해 “어느 순간부터 (온라인부서)가 회사 내부에서 미움을 받는 부서가 되어가고 있더라”고 말하며 온라인전용 물류센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e커머스사업 전문가로서 디앤샵 대표로서 ‘구원투수’ 역할을 맡았다가 2010년 신세계그룹 이마트부문 온라인 담당 상무로 영입돼 그때부터 이마트 온라인사업을 맡아 주도해왔다. 

최 대표는 만 53세로 비교적 젊은 편인 데다 외부 출신이지만 2014년 이마트 온라인사업담당 부사장 등을 거쳐 2018년 말 신세계그룹 온라인 신설법인 대표이사에 내정될 만큼 빠르게 승진해왔다.

그만큼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을 향한 이해도가 높아 신세계그룹 온라인사업을 이끌 적임자로 신뢰받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 대표가 온라인 신설법인 대표이사에 오르면 당장 대규모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마트는 온라인 신설법인을 올해 성장의 핵심으로 꼽고 3월 이 법인이 출범하면 공격적 마케팅을 진행해 올해 총매출 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18년 신세계와 이마트의 온라인사업 합산매출보다 30%가량 더 늘어나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마트 온라인사업을 이끌면서 당시 e커머스시장에서 찾기 힘들었던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상품을 자동결제하고 원하는 날짜에 알아서 배송해 주는 정기배송 서비스 등을 시행하면서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온라인쇼핑몰 플랫폼인 '쓱닷컴'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데 성공했다. 

최 대표의 어깨는 무겁다. 이마트가 실적 부진으로 힘겨워하고 있는데도 온라인 신설법인을 향한 지원을 멈추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마트는 2019년 영업이익 5천억 원 초반을 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5년 수준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김명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온라인 신설법인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려면 거래금액이 늘어나고 시장 점유율을 이끌 수 있는 이마트만의 온라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마트의 온라인 신선식품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