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이 주요 가공식품 가격을 인상해 올해도 실적 증가를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 등 주력제품에서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어 가격 인상에 따른 소비자의 저항이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CJ제일제당의 가공식품 가격 인상, 실적에 득 될까 실 될까

▲ 강신호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이사.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21일부터 햇반과 다시다, 어묵, 장류 등 7개 품목의 가격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놓고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높은 시장 점유율의 힘을 바탕으로 가격을 올려 매출 증가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경쟁사들이 가격을 따라 올리지 않으면 소비자의 저항을 받아 자칫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원재료 가격 상승을 반영해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햇반 가격을 9%, 나머지 품목들은 5~10% 수준으로 인상한다. 

이에 따라 CJ제일제당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나온다.

백운목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의 제품 가격 인상은 가공식품의 수익성 하락을 방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CJ제일제당은 2018년 3월에도 햇반, 스팸, 냉동만두, 어묵 등 약 9천억 원 규모의 제품 가격을 6~9% 인상해 효과를 봤다”고 말했다.

CJ제일제당은 2018년 식품부문에서 매출 5조2718억 원을 거뒀는데 2017년보다 47% 증가했다. 대표적 효자상품인 햇반의 매출은 2017년보다 21% 늘었다.

이번에 가격이 오르는 제품들의 매출 규모는 약 7천억 원에 이른다. 단순 계산을 하면 가격 인상 효과로 증가하는 매출은 500억 원 정도다.

가격 인상이 소비자의 저항감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CJ제일제당은 주요 제품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이를 최소화할 수 있다. 브랜드 충성 고객이 많을수록 제품 가격이 올라도 상품의 수요가 적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국내 즉석밥시장에서 70%가 넘는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 다시다, 어묵 등에서도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CJ제일제당이 햇반, 장류, 다시다 등의 평균 판매단가(ASP)를 10% 올린다면 영업이익은 11%가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가공식품 1위 기업인 CJ제일제당을 따라 경쟁사들도 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경쟁사들이 따라서 제품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CJ제일제당의 소비자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에서 오뚜기와, 장류에서 대상과, 어묵과 맛살에서는 사조대림과 경쟁하고 있다.

오뚜기와 대상, 사조대림 등은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CJ제일제당과 달리 가격을 올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오뚜기는 라면시장에서는 점유율 확보를 위해 ‘진라면’의 가격을 11년째 올리지 않는 전략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CJ제일제당의 햇반은 2년 연속 가격이 올라 과도한 인상이라는 말도 나온다. 햇반(210g)의 가격은 2018년 1월 1400원에서 21일부터 1600원으로 1년 새 16%나 오르는 것이다.

즉석밥시장 2위인 오뚜기의 즉석밥 ‘오뚜기밥’은 710원으로 햇반 가격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또 오뚜기는 당분간 오뚜기밥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쌀값이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오르는 등 물가 상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가격 인상을 결정한 것”이라며 “햇반과 오뚜기밥은 쌀의 품질이나 도정과정 등에서 차이가 커 가격도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