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올해 은행권으로 금융개혁 전선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23일 은행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은행법 등 관계법령 개정으로 은행들의 대출금리를 감독할 수 있는 근거규정이 마련되면 금융감독원의 은행권을 향한 감독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Who] 윤석헌, 소비자 보호 근거 만들어 은행에서 잣대 대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금융위원회과 금감원, 은행연합회, 금융연구원은 22일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방안’을 내놨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사람이 자세한 내용의 ‘대출금리 산정 내역서’를 받을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이번 개선방안의 주요 목표다. 1분기 중으로 시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은 지난해 7월부터 태스크포스를 통해 대출금리 산정 및 운영을 놓고 개선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해 왔다"며 "은행법 시행령, 감독규정 시행세칙 등 개정이 상반기 중으로 마무리되면 관련 업무 수행하도록 차질없이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개선방안은 2018년 6월 금감원의 점검 결과 밝혀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산정 논란에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점검에서 BNK경남은행, KEB하나은행, 씨티은행 등은 대출고객의 소득, 담보를 누락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잘못 산정해 대출고객에게 이자를 과다 청구한 점이 적발됐다.

윤 원장은 당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산정을 놓고 적극 대응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2018년 7월9일 기자간담회에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부당부과행위에 대한 제재근거 마련을 검토하고 다른 은행도 들여다 볼 것”이라며 “은행의 대출금리 운영에 대한 현장점검과 운영체계 조사결과를 반영해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하는 등 금리 산정체계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간담회 2주 뒤인 7월23일에 열린 ‘금융감독원장 초청 은행장 간담회’에서도 시중은행장들에게 ‘금리산정체계 합리화’를 당부하기도 했다.

다만 윤 원장은 보험권에는 즉시연금, 암보험 등을 놓고 적극적으로 행동한 것과는 달리 은행권에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

은행법 등 관련 법령에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을 감독할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태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이번 대출금리 산정을 위한 개선방안 발표에서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사건과 관련해 은행법 등 관련 법령에 대출금리를 불공정행위로 보는 내용이 없어 현재로서는 처벌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법령 미비라는 비판을 고려한 듯 제재근거까지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 국장은 “다른 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지 알아 보고 있으며 시행령과 법률을 개정하는 등 빨리 통과되는 쪽으로 제재근거를 마련할 것”이라며 “다만 시행령이나 법령이 개정되더라도 이미 발생한 사건에는 소급적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장은 시중은행의 대출금리를 감독할 근거가 생기면 적극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그는 경남은행을 놓고 “대출금리 부당산정 건수가 1만 건이 넘는다면 단순히 직원 개인의 일탈이라고 보기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금감원의 점검결과 경남은행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체 가계대출 건수의 6%에 이르는 1만2천여 명의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했다. 피해액 규모는 25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하나은행이 252건으로 피해액 1억5800만 원, 씨티은행이 27건으로 피해액 1100만 원을 낸 것으로 조사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다만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부당산정을 규제하는데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윤 원장에게 부담이다.

최 위원장은 “금감원에서 우선 판단할 일이지만 은행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진 일은 아니고 대출창구에서 개별적으로 이뤄진 일”이라며 “은행에 제재를 내리긴 어렵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서는 대출금리 산정은 은행 고유의 영업영역으로 금융당국의 개입이 지나치다는 반발도 나온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금리 산정은 다른 업권과 비교하면 상품의 원가 산정과 같아 자세히 과정을 공개하는 것은 영업기밀을 공개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며 “정당한 대출금리 인상요인이 발생해도 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대출금리를 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