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지주 1등 지키기 위한 인수합병 눈매 매서워진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올해 KB금융지주의 리딩 금융그룹 자리를 지키기 위해 인수합병에 더욱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금융회사는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 롯데그룹이 내놓은 금융 계열사뿐이다. 세 업종 모두 KB금융그룹이 어느 정도 안정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업종인 만큼 인수전에 뛰어들지는 미지수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가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하면서 자산규모에서 KB금융지주를 앞서게 됐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오렌지라이프를 더한 신한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490조529억 원으로 KB금융지주의 477조7천억 원을 넘는다. 회계처리 기준에 따르면 지분 50% 이상을 보유해 실질적 지배력을 지니면 자산 100%를 반영할 수 있다.

KB금융지주는 순이익 1위에서도 예전만큼 여유로울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렌지라이프의 순이익을 더하면 두 회사의 순이익 격차가 크게 줄어든다.

윤종규 회장이 꾸준히 리딩 금융그룹의 강점과 지위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인수합병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지난해 창립 10주년 기념식에서 “1위 기업만 지닐 수 있는 리딩 금융그룹만의 장점이 있다”며 “지속 가능한 리딩 금융그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2위와 격차를 큰 폭으로 유지해야 한다고도 계속 강조해왔다.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금융회사 매물은 롯데그룹이 내놓은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이다.

롯데그룹이 이들을 묶어 패키지로 매각할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덩치가 너무 큰 데다 각기 다른 업종을 한 번에 인수할 원매자를 찾기 어려운 만큼 개별 매각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전해진다.

KB금융지주는 처음 롯데그룹의 계열사 매각 결정이 알려진 뒤부터 꾸준히 인수후보로 오르내렸다. KB금융지주는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의 투자설명서(IM)도 받았다.

그러나 KB금융지주 관계자는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인수를 검토해 본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회장도 3일 열린 범금융 신년인사회에서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인수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KB금융지주가 이미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KB캐피탈을 보유하고 있고 세 회사 모두 규모나 실적 면에서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굳이 무리해 인수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KB국민카드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인수 뒤 거쳐야 하는 통합 과정 역시 부담스러울 수 있다. KB손해보험도 기존 LIG손해보험에서 KB손해보험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을 겪었다.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는 특히 금융그룹이 아닌 롯데그룹 소속이었던 만큼 조직문화도 다르다.

윤 회장은 여전히 생명보험사를 인수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회장은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생명보험사를 인수할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그러나 당분간 매물이 없는 만큼 KB국민은행과 KB증권 등 주력 계열사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내는 데 주력하면서 적당한 매물이 나오길 기다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안방보험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실제 매물로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안방보험은 내부사정이 해결되고 시장 여건이 좋아지면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매물로 내놓는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생명보험사를 인수하려는 뜻은 확고하다”며 “좋은 매물이 나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인수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 국제회계기준(IFRS 17) 도입이 1년 유예돼 생명보험사 매물이 나오는 시기가 늦춰지면 그 사이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를 인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