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인수합병’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금까지 LG그룹은 보수적 경영기조로 내적성장을 추진해 왔는데 앞으로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의 경쟁력을 강화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구광모, LG그룹 신사업 경쟁력을 인수합병에서 찾는다

구광모 LG그룹 대표이사 회장.


16일 LG그룹에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계열사들이 모두 핵심 미래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인수합병과 지분투자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은 사업 확장이나 원천기술 확보 등을 손쉽게 이룰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통합 이후 따라오는 부작용을 무시할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LG그룹이 내부 인화를 중요시하면서 지금까지 인수합병에 보수적 기조를 이어온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구광모 회장의 판단은 지금까지와 사뭇 다르다. 

그룹에서 상대적으로 인수합병에 적극적이었던 LG화학 뿐 아니라 LG전자 등 계열사들도 구 회장 취임 이후 공격적 인수합병에 나서고 있다.

조성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조금만 투자해서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다”며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분야에서 50여 곳 기업과 인수합병 혹은 일부 지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미래차와 5G 기반사업 등 기업의 미래사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앞으로 LG그룹의 인수합병 행보에도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구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기업인을 초청한 자리에서 신사업과 신기술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꼽은 신사업은 수소경제와 미래자동차, 바이오산업, 에너지신산업, 비메모리반도체, 5G 기반산업, 혁신부품과 소재장비 등 모두 7가지로 LG그룹은 수소경제와 비메모리반도체를 제외한 대부분 신사업에 기반을 닦아왔다. 앞으로 정부 지원에 힘입어 본격적으로 사업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셈이다.

그러나 LG그룹 신사업은 LG화학 전기차 배터리사업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키워 온 전장사업은 지난해에도 흑자 전환에 실패해 3년째 적자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구 회장은 내부 역량만으로는 사업을 키우기 힘들다고 판단해 적극적 인수합병을 통해 신사업 전반에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임원인사에서 인수합병 전문가 홍범식 전 베인&컴퍼니코리아 대표를 LG 경영전략팀장 사장으로 영입한 것도 효과적 인수합병을 위한 그룹 콘트롤타워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 LG그룹은 LG전자와 LG화학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5G 기반산업은 사물인터넷 기반의 전자제품, 스마트폰, 전장제품, 자율주행 부품, 시스템 등과 연관되고 미래차와 혁신 부품도 통신사업과 전장사업, 배터리 사업에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 

바이오·에너지사업도 LG화학을 시작으로 규모가 커지면 계열사 전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구 회장이 그룹 총수에 오른 뒤 그룹 주요 계열사는 여러 분야에서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자동차 모터의 소재를 만드는 우지막코리아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최근 독일 화학기업 바스프(BASF) 인수전에도 참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로봇과 인공지능 기술력을 지닌 스마트업과도 지분 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구 회장 이전에 그룹 차원에서 진행된 대규모 인수합병은 2018년 글로벌 헤드램프 기업 ZKW를 인수한 것이 사실상 유일했다. 

구 회장은 그룹의 경영을 책임지자마자 격동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부분의 대기업들이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구 회장도 ‘인수합병’을 선택했다. 새 성장사업을 키워 영속하는 ‘LG’로 만들겠다는 각오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