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동(靜中動).’ 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뜻이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은 올해 지주사 안착이라는 중심이 흔들리지 않는 선에서 비은행부문의 공격적 인수, 합병에 나서는 ‘정중동’을 우리금융지주 경영에서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떨리는 손태승, 마음은 '우리금융지주 1등 금융그룹'에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손 회장은 평소 침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14일 서울시 중구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기자간담회 초반 준비한 인사말을 읽을 때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지만 곧 우리금융지주의 미래를 대답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 첫 해인 올해 지주사 안착에 초점을 맞추겠다”면서도 “비은행부문 인수, 합병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우리금융지주는 출범 첫 해인 올해 내부등급법보다 자기자본비율이 크게 낮아지는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본 부담이 크다.

자본 부담으로 대형 인수, 합병이 어렵기 때문에 지주사의 안착과 적극적 인수합병은 양립하기 어려운 목표로 보인다.

손 회장은 이를 풀기 위한 해법으로 규모가 작은 금융회사인 부동산신탁사와 자산운용사, 저축은행 등을 먼저 인수하고 규모가 큰 증권사 등은 지분 투자에만 참여한 뒤 내년에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우리금융지주의 비은행부문 실적 비중을 꾸준히 높여갈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지주의 높은 우리은행 실적 의존도는 우리은행의 약점으로 꼽힌다. 우리금융지주에서 우리은행의 순이익 비중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약 99%로 절대적 수준이다. 

앞으로 우리금융지주가 경쟁해야 할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모두 비은행부문이 28% 이상의 순이익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손 회장은 이날 “우리은행을 제외한 비은행부문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확충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물론 우리은행도 최근 인수합병과 투자은행(IB) 전문인력을 크게 늘렸는데 앞으로도 이런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인력들이 배치된 부서는 우리금융지주가 증권사를 확보할 때까지 우리금융지주 내부에서 사실상 '증권사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인수합병과 투자은행부문 등이 많이 성장했지만 아직 부족하다”며 “조직을 키우기 위한 투자를 더 과감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2~3년 안에 ‘1등 금융그룹’ 자리를 노리겠다는 포부도 나타냈다.

손 회장은 “인수합병으로 발생하는 이익이 반영되지 않을 올해는 실적이 우리은행 시절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인수합병 효과가 나타나는 2021~2022년에는 ‘1등 금융그룹’ 자리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