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롯데그룹 금융 계열사 인수에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뛰어 들었다. 한화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면 한화그룹의 금융사업은 한 단계 도약이 가능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으로 금융부문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의 역할도 커지게 된다.
 
롯데 금융계열사 넘보는 한화, 김동원 후계자 역할 확대에도 시선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9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 상무는 한화그룹 금융 계열사 후계자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 상무는 21일부터 25일까지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한다. 2016년부터 4년째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경제 지도자들과 교류 폭을 넓혀가고 있다.

김 상무는 지난 연말인사에서 미래혁신총괄 겸 해외총괄로 선임됐다. 한화생명은 영업, 지원, 미래혁신, 해외의 4개 총괄 조직으로 개편됐는데 그 중 두 개를 김 상무가 맡게 돼 한화생명에서 차지하는 역할이 커졌다.

김 상무는 2014년부터 한화생명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점점 활동폭을 키워가면서 한화그룹의 금융사업을 책임지는 위치로 한발 한발 나서고 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현재 몸담고 있는 태양광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의 주력사업인 방산과 에너지사업을 물려받고, 김 상무가 금융사업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7년 기준 한화그룹은 전체 매출의 43.6%, 영업이익의 21.3%가 금융사업에서 나왔다. 금융부문은 방산, 화학과 함께 한화그룹을 떠받치는 한 축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에 다소 변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화그룹이 롯데카드·롯데손해보험·롯데캐피탈 등 롯데그룹 금융계열사 3곳의 인수전에 참전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인수합병 전문가인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팀장을 맡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는 등 한화그룹의 인수 의지는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한화그룹이 세 곳을 모두 품에 안는다면 금융사업이 한화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절반을 넘게 된다. 영업이익 비중도 30%에 육박한다. 사실상 그룹 사업구조의 중심이 금융사업 쪽으로 쏠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한화그룹의 금융 계열사 인수가 향후 승계구도에 미칠 영향에 시선이 몰린다.

이전부터 한화그룹은 여러 차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해 왔는데 인수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긴밀하게 연결됐다.

현재 김 상무가 일하고 있는 한화생명은 물론 김동관 전무가 몸담은 한화큐셀도 다른 기업을 인수한 곳이다. 인수회사가 경영권 승계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2014년 삼성 계열사 빅딜 때는 김 전무와 김 상무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한화S&C(현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가 인수주체로 나서면서 한화S&C의 기업가치가 올라가기도 했다.

김 상무에게 한화그룹 금융사업의 성장은 나쁠 것 없다. 특히 롯데카드를 인수하면 빅데이터와 베트남 등 김 상무가 담당하게 된 미래혁신·해외 분야에서 사업기회가 늘어날 수있다.

그동안 한화그룹이 태양광사업을 키우면서 김동관 전무의 후계자로서 역량이 검증받은 분위기였다면 앞으로는 김 상무의 후계자로서 역량도 부각될 수가 있다.

다만 김 상무의 승계 몫인 금융사업이 김동관 전무의 방산 에너지사업에 견줄 정도로 불어나면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김 상무의 부담도 커진다.

김 상무는 승계 자금줄로 여겨지는 에이치솔루션 지분을 25% 보유하고 있는데 형 김동관 전무의 절반 수준이다.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한화 지분도 1.28%로 김 전무 보유 지분(4.28%)과 다소 차이가 있다.

롯데 금융 계열사 인수 이후 한화그룹의 승계전략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