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라는 호랑이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함께 기업들은 호랑이를 키우게 되었고 어느새 호랑이 등에 올라 타 달리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출발한 국내 금융권도 금융지주사를 필두로 주요 금융 관계사들 모두 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지금은 어느 산업분야보다 활발하게 디지털화를 추진해 가고 있다.
 
커리어케어 전무 윤문재 "금융권, 디지털 인재 영입경쟁 치열"

▲ 윤문재 커리어케어 전무.


호랑이는 디지털 혁신이라는 엔진을 장착하여 더 빠르고 강한 힘으로 달리기 시작했고 이제 기업들은 호랑이 등에서 내려올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그야말로 기호지세의 형국이다.

최근 몇 년 동안 국내 금융권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혁신이고 이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가장 폭넓은 고객접점을 갖추고 동시에 가장 안전성이 확보돼야 하는 금융권의 특성상 디지털 혁신은 범용성, 확장성, 개방성,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다. 

디지털 혁신은 디지털화를 통한 근본적 변화를 말한다. ABCDE (AI, Block chain, Cloud, Data, Eco System) 또는 ICBM(IoT, Cloud, Block chain, Mobile)으로 일컫는 기술의 진보는 금융권을 포함한 전 산업영역에 유행처럼 확산돼 산업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 거버넌스(Governance)의 구축 

디지털 혁신을 통해 속도가 붙어 점점 더 빨라지는 호랑이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달릴 수 있도록 통제,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한데 이것이 거버넌스이다. 

예를 들면 어떤 금융지주회사가 디지털형 비전을 정립하고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조직과 인력을 갖추었다고 해서 디지털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체계화된 운영체계를 작동함으로써 비로소 혁신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디지털 DNA를 조직 전반에 뿌리내리게 하고 실제로 작동하게 만드는 중추신경망을 구축하는 것이 바로 디지털 거버넌스다.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 우선 조직과 시스템을 디지털 환경에 걸맞게 정비하고, 이후 디지털혁신이 내부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유지되는지와 관련한 정책과 프로세스를 갖춰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운영체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단계별 고도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병행해 나가야 한다. 

◆ CDO(Chief Digital Officer)의 전략적 위상 강화

어떤 금융사가 디지털 비전을 선언하고 야심차게 추진했던 디지털 혁신이 실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디지털 혁신이라는 선언적 단계에서 거버넌스의 효율적 작동이라는 실효적 단계로 진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디지털 혁신이 실효적 단계로 진입하려면 조직 내에서 디지털 혁신의 방향과 방법을 현장에서 진두지휘하는 사령탑이 필요하다. 이 전략적 키맨이 CDO(Chief Digital Officer), 즉 최고디지털책임자이다.

CDO는 현재의 성장정체를 돌파하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혁신형 임원의 전형이다. 기존의 IT담당조직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혁신조직과 실행조직 간에 긴밀한 공조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금융지주사 CDO는 그룹 차원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고 계열사 사이 디지털 혁신과제의 시너지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 관계사 디지털 혁신 담당임원은 고객이 체감하는 디지털 서비스를 상향 표준화하는 실전적 역할을 담당함으로써 따로 또는 함께 그 효용성을 높여가야 한다.

◆ 금융권, 디지털 혁신 전문가 영입 경쟁 가속화 전망

작년 이후 지주사 및 주요 금융사를 중심으로 디지털 혁신 전문가의 영입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으며 최고디지털책임자(Chief Digital Officer), 최고데이터책임자(Chief Data Officer)의 시장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아울러 디지털 혁신과 맞물려 최고정보책임자(Chief Information Officer), 최고기술책임자(Chief Technology Officer)를 향한 관심도 여전히 뜨겁다. 이에 따라 헤드헌팅 회사들도 디지털 전문가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디지털 핵심인재 요청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베인앤컴퍼니 조영서 금융부문 대표를 지주사 내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영입하여 그룹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게 했으며 지주사가 내년 초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AI)기반 투자자문사 프로젝트도 조영서 본부장과 지주사 전략기획본부가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CDO로서 조 본부장의 의욕적 행보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8월 경영지원부문 산하에 CDO(Chief Data Officer) 조직을 신설하고 작년 말 영입한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연구소장 출신인 김정한 부사장을 CDO로 선임했다. 김정한 부사장은 입사 이후 디지털 혁신 기술전담 조직인 DT-Lab 총괄 겸 CTO로 근무해왔다. 

우리은행도 지난 6월에 황원철 디지털금융그룹장을 CDO로 선임했다. 황원철 그룹장은 HP, 퍼스트데이터코리아, KB투자증권, 동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을 거치며 금융결제 시스템 및 디지털 솔루션 개발을 이끌어 온 IT 디지털 전문가다.  

BNK금융그룹 역시 작년 말 한국IBM출신 IT전문가 박훈기 부사장을 영입하여 디지털전략 고도화 과제에 집중하고 있다.

외부 영입은 없으나 조직 신설, 통합 및 역할 강화 등을 통하여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하려는 금융권의 움직임에도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지난 11월 디지털비전을 선포하고 디지털 금융회사로의 대전환을 약속했으며 한동환 국민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대표가 지주사 디지털혁신총괄(CDIO) 역할을 겸직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도 지난달 디지털지주로의 전환을 선언하였고 농협은행 주재승 부행장이 지주사 CDO로서 그룹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이끌고 있다. 

◆ 디지털혁신 고도화를 위한 전사적 역량 결집

디지털 혁신은 CDO조직을 신설하고 전문가를 영입하여 CDO중심 조직으로 재정비함으로써 체계적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지만 최고의사결정자, CEO의 강력한 혁신의지가 선행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디지털 혁신이 고도화된다는 것은 금융회사가 데이터기반의 ICT 회사로 바뀌는 중대한 변화다. 이러한 과제는 CDO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CEO가 앞에서 이끌고 CIO(최고정보책임자)가 옆에서 지원하고 협력해야 한다. 

디지털 혁신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은 CEO, CDO, CIO를 포함한 경영진 전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의 생존과 명운을 걸고 360도 전방위로 살피며 높은 단계의 디지털 혁신을 향해 함께 달려야 한다. 전사적 역량을 모아 같이 달려간다면 어느새 그 호랑이는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윤문재 커리어케어 전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