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의 골이 예상보다 깊어지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사업 전망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에 실적을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은 수년째 실적 정체기를 맞고 있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사업에서 내년에는 반드시 성과를 내 메모리반도체 부진을 만회해야 하는 당면 과제를 안고 있다.
 
[오늘Who] 김기남,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키워 반도체 부진 넘는다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7일 "메모리반도체 수요 공백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반도체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 실적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삼성전자의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평균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한편 고객사의 수요도 줄어들며 출하량 감소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을 반영해 삼성전자의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9% 낮췄다. 반도체업황 악화가 삼성전자 전체 실적에 막대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김기남 부회장은 20일 주재하는 삼성전자 DS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제시할 내년 반도체 사업전략과 관련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메모리반도체업황 악화로 삼성전자가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서 시스템반도체의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키워 실적을 방어하는 일이 효과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스템반도체는 스마트폰과 PC 등 전방산업의 업황 침체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한편 사물인터넷 기기와 데이터서버, 통신장비 등 신산업분야에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5G 시대를 맞아 내년부터 서버 구동을 돕는 CPU와 그래픽반도체(GPU), FPGA와 ASIC 등 맞춤형 반도체의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위와 같은 시스템반도체를 모두 파운드리사업부에서 위탁생산해 고객사에 공급할 능력을 갖추고 있어 수요 급증에 따른 성장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

김 부회장은 이런 시장 변화에 맞춰 내년부터 반도체 위탁생산사업을 중심으로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사업을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강화하고 있다"며 "공정 다변화 등 전략을 통해 연 평균 10% 수준의 성장을 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경기 화성시의 새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에 6조 원이 넘는 시스템반도체 사상 최대 규모의 시설 투자를 벌이고 있지만 본격 가동은 2020년으로 예정돼 있다.

따라서 내년에는 기존 위탁생산공장의 가동률을 높이고 새 공장의 초반 성공을 담보하기 위해 고객사 기반을 최대한 넓히는 데 온힘을 쏟을 공산이 크다.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은 최근 국제반도체소자학회 기조연설에서 고객사의 반도체 위탁생산과 관련해 설계 과정부터 지원하는 SAFE 프로그램을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반도체 설계 경험이 없는 기업도 직접 서버나 IT기기에 사용되는 시스템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 삼성전자의 새 위탁생산 고객사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SAFE 프로그램은 반도체 고객사와 산업분야에 관계없이 폭넓게 적용될 수 있다"며 "반도체 설계기업에 삼성전자의 기술과 인력을 지원해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말했다.
 
[오늘Who] 김기남,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키워 반도체 부진 넘는다

▲ 미국 텍사스의 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공장.


삼성전자는 위탁생산 주력 공정으로 삼고 있는 10나노와 14나노 공정의 생산 효율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미국 텍사스의 위탁생산 공장에도 추가 투자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반도체의 실적 기여 비중을 끌어올리기 위한 김 부회장의 전략이 화성과 미국 공장의 투자 확대를 통해 점차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매출은 2013년부터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실적을 굳건히 받치고 있던 메모리반도체가 내년부터 빠르게 힘을 잃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김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에서 성장의 기회를 확보하는 게 절실하다.

김 부회장은 시스템반도체사업의 확장을 내년 반도체사업부의 최대 당면 과제로 꼽고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DS부문 임직원들에 구체적 전략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