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주체가 되지 못하면 혁신의 대상이 된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이 취임사에서 인용했던 말이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에 혁신적 개혁을 요구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오늘Who] 김병숙, 서부발전 '죽음 외주화' 논란에 '혁신' 요구받아

▲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대표이사 사장.


14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을 향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위험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고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최근 비정규직 노동자가 4킬로미터에 이르는 석탄 운송설비를 혼자서 야간에 점검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 노동조합과 노동계에서 2인1조로 근무해야 한다고 꾸준히 요구했으나 원청인 서부발전은 이를 들어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번 사건을 두고 “위험의 외주화와 비용 절감을 우선하는 경영이 발전공기업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며 “생명·안전업무와 관련한 개선 의지가 없는 발전공기업 사장은 당장 보따리를 싸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한국서부발전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많았다.

한전산업개발 발전노조가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사망사고가 발생했으나 근로환경은 나아지지 않았다

불과 1년 전인 2017년 11월에도 태안화력발전소 3호기 보일러 공정과 관련한 청소 작업 중 기계가 구동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계 사이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에 위협이 되는 근로환경과 근무방침이 개선되지 않아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김병숙 사장은 7월에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조성한다며 현장애로 사항을 청취하는 행사도 열었지만 그 취지가 무색하게 현장 안전사고는 거듭됐다. 

서부발전 관계자는 위험에 노출된 연료환경설비 분야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을 지니고 있는지 묻자 “현재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라며 “하청회사의 고용관계와도 관련이 있으므로 섣불리 나서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발전공기업의 위기관리와 관련한 시스템 전반에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세형 경제정의실천연합 간사는 “지속해서 사망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근로환경과 근무방침이 변하지 않은 것은 큰 문제”라며 “발전공기업의 안전관리 시스템에 혁신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 간사는 “정규직 전환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 해결책이 될 것이지만 제도적 보완 전에라도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공기업이 책임전가나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숙 사장은 전라고등학교와 전북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전기공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한국전력공사에서 배전건설처장과 기술기획처장, 전력연구원장을 거쳐 기술엔지니어링 본부장과 신성장동력 본부장을 역임하고 2018년 3월 한국서부발전의 사장으로 취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