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삼성바이오로직스 후폭풍 속으로, 김태한 노력 물거품

▲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 심의회의에 참석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의 마지막 노력도 결국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김태한 사장은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참석하지 말 것을 통보받았음에도 마지막까지 참석을 끈질기게 요청했고 결국 마지막 증권선물위에 참석해 설득에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증권선물위가 14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회계처리가 ‘고의’라고 결론을 내리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제 엄청난 후폭풍을 겪게 됐다.

증권선물위는 이날 “제시된 증거자료와 당시 회사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회사가 2015년 지배력 변경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회계 원칙에 맞지 않게 회계처리 기준을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면서 이를 고의로 위반했다”며 대표이사 해임 권고, 과징금 80억 원 부과와 함께 회계처리 기준 위반 내용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증권선물위 징계 의결로 김 대표는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는 것은 물론 해임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증권선물위는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징계결과를 발표하면서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명확히 했다.

증권선물위는 7월 말 1차 회의 징계결과발표에서 ‘담당임원 해임 권고’라는 표현을 썼다. 이를 놓고 재무담당자(CFO)가 책임지게 하는 ‘꼬리 짜르기’가 가능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번에 증권선물위는 대표이사 해임 권고를 명확히 함으로써 물러나야 할 사람이 김태한 대표임을 지목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앞으로 해외 수주에서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요 고객사인 선진국 제약바이오회사들은 윤리 문제를 포함한 준법 감시(컴플라이언스)에 엄격하다.

특히 현재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 외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신규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잠재적 고객사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계약을 꺼릴 수 있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신규 수주가 절실한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말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18만 리터)인 3공장을 준공하며 기존 1공장(3만 리터), 2공장(15만 리터)와 합쳐 총 36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췄다. 이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 리터), 스위스 론자(28만 리터)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생산규모다.

그러나 3공장 공장 가동률을 놓고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1공장과 2공장의 공장 가동률이 낮아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에 개별기준으로 매출 1010억6600만 원, 영업 이익 104억6500만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0.70%, 영업이익은 48.87% 급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 2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실적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가동률은 1공장이 42%, 2공장이 62% 수준”이라고 파악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신규 수주에 타격을 입으면 3공장을 포함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공장 가동률이 더욱 낮아져 손실이 늘어나게 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30여 개 회사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과 위탁생산(CMO) 수주를 협의 중인데 이번 증권선물위의 징계 결정으로 이들과 계약 체결에 난항이 예상된다.

벌금 80억 원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는 적지 않은 액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설립 이후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다 지난해 매출 4646억 원, 영업이익 660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 3분기까지 삼성바이오로직스 누적매출은 3575억 원이고 누적영업이익은 441억 원이다.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지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넘어 삼성그룹 차원에서도 엄청난 부담을 안기게 됐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문제로도 확산되고 있다.

증권선물위의 검찰 고발 결정으로 삼성물산을 놓고도 추가 감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 수사 결과가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김태한 대표는 행정소송을 통해 새로운 탈출구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날 “증권선물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