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민과 황창규 '속도' 주도권 경쟁

이민재 기자
2014-05-30 15:3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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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성민과 황창규 '속도' 주도권 경쟁
 

▲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왼쪽)이 29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ICT(정보통신기술) 발전 대토론회'에서 기조발표를 했다. 황창규 KT 회장(오른쪽)은  20일 서울 광화문 올레스퀘어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뉴시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이 속도로 한판 붙는다. 각각 ‘ICT노믹스’와 ‘기가토피아’라는 청사진을 제시하며 미래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나섰다. 이름은 다르지만 속도를 앞세워 본격화하는 통신융합서비스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적은 똑같다.


하성민 사장이 29일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대토론회’에서 “2020년까지 SK텔레콤을 세계 최초로 본격적 5세대(5G) 이동통신시대를 여는 통신사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하 사장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5G 기술을 실현할 것”이라고 했다.


5G 이동통신은 롱텀에볼루션(LTE)같은 4세대(4G) 이동통신보다 1천배 빠른 차세대 무선통신기술이다. 5G에 대한 세계 표준규격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지만 데이터 전송속도는 이론적으로 최대 100Gbps(초당 100기가비트)에 이른다. 800메가 바이트짜리 영화 1편을 내려 받을 경우 1초가 걸리는 속도다.


하 사장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4’에서도 5G 기술을 곧 실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 사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SK텔레콤은 앞으로도 통신망 속도에서 계속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현재 정부와 5G 상용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하 사장보다 앞서 속도경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황 회장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초고속인터넷보다 10배 빠른 기가인터넷을 바탕으로 1등 KT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기가인터넷 인프라 구축을 위해 앞으로 3년간 총 4조5천억 원을 투자한다.


국내 통신업계 1~2위 기업을 이끄는 두 수장이 나란히 속도를 화두로 내세운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초고화질 동영상 서비스 등 데이터 용량이 큰 콘텐츠가 늘어나면서 이를 뒷받침할 기술을 갖추는 게 시급해졌다.


하지만 하성민 사장과 황창규 회장은 빠른 속도 자체에 목적을 두는 게 아니다. 두 사람에게 속도란 미래 통신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미래산업의 핵심 트렌드는 융합이다. 사물인터넷(IoT)과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등 새로운 IT 기술들이 모든 사물과 사람, 기기의 연결과 융합을 주도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전 세계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1948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데이터 시장의 경우 시장조사기관 IDC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324억 달러까지 성장한 것 으로 보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정보통신기술은 단순히 빠른 속도를 넘어 융합을 이끌어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요구받는다. 하 사장이 세계 최초 5G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이유도 여기에 있다. 5G는 SK텔레콤이 ‘융합의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갖춰야할 기술이라는 것이다. 하 사장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3D프린팅이 미래 핵심트렌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사장이 SK텔레콤의 향후 30년을 준비하겠다며 제시한 청사진은 ‘ICT노믹스’이다. 하 사장은 “미래에는 모든 사물과 인간이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산업도 융합 및 재편될 것”이라며 “이러한 미래의 경제가 바로 ICT노믹스(ICT + Economics)”라고 말했다.


하 사장은 “2003년 불과 5억 대에 달했던 인터넷과 연결된 기기가 2020년 500억 대로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정보통신기술이 생산과 소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무한대의 혁신을 창출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 사장은 앞으로 헬스케어와 보안, 근거리 네트워크기술 등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를 중점적으로 키울 방침이다. 빅데이터기술을 활용해 고객 맞춤형 통신요금제도 선보일 예정이다.


하 사장은 ICT노믹스가 추구하는 것은 빠른 속도가 아닌 올바른 변화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그래서 붙인 이름도 ‘착한 ICT노믹스’이다. 하 사장은 ‘착한 ICT연구소’를 설립해 사이버 중독과 개인정보 보호 등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중독 문제를 해결하고 스마트폰 사용절제를 유도하는 등의 ‘착한 ICT 캠페인’도 벌인다.


SK텔레콤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통산업의 스마트화도 확대한다. SK텔레콤은 농수산업 등 1차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전국 약 100여개 농장에 지능형 비닐하우스 관리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황창규 회장은 ‘기가토피아’를 청사진으로 내걸었다. 기가인터넷으로 사람과 사물을 연결하고 융합서비스를 통해 ICT생태계가 활성화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성민 사장의 ICT노믹스와 거의 똑같다. 황 회장은 “융합형 기가시대를 열고 정보통신기술과 다른 산업간 융합을 주도해 대한민국 사회의 기를 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이 집중육성하겠다고 발표한 융합서비스도 하 사장이 지목한 것과 상당부분 겹친다. 황 회장은 스마트에너지와 통합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를 꼽았다.


황 회장의 기가토피아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될 지휘통제실은 지난해 1월 신설한 미래융합전략실이다. 융합기술원은 미래융합전략실이 발굴한 먹거리의 사업화를 담당한다. 황 회장은 정보통신기술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적극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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