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CGV의 유상증자를 놓고 희망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CJCGV가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쓰일 마중물이 될 것이라는 시선과 함께 지분율 희석까지 감수하며 급한 불을 끄기 위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미래성장 마중물’인가 ‘급한 불끄기’인가, CJCGV 유상증자에 엇갈린 시선

▲ CJCGV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놓고 희망과 우려의 시선이 교차하고 있다. CJCGV가 사업 체질을 개선하는데 쓰일 마중물이라는 시선과 함께 급한불 끄기라는 시선도 나온다.


21일 CJCGV 주식은 전날보다 21.10% 하락한 1만14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발표된 유상증자 소식에 CJCGV 주주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여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유상증자는 CJCGV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대폭 희석시킬 큰 규모로 이뤄진다.

물론 CJCGV의 유상증자는 과거에도 이뤄진 적 있다. CJCGV는 2020년 2186억 원 규모, 2022년 1499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각각 실시했는데 이번 유상증자는 총 1조200억 원 규모로 이전보다 훨씬 많은 물량의 신주가 발행되는 것이다.

유상증자의 구조를 살펴보면 우선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5700억 원 규모의 현금을 조달한다. 별개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전량(예상가치 4500억 원)을 지주회사 CJ로부터 현물출자를 받는다.

CJCGV의 현재 발행주식수는 4772만8537주이다. 이번 유상증자 이후에는 1억2242만8537주까지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CJ올리브네트웍스(예상 가치 4500억 원) 현물출자가 이뤄지면 5897만7719주(신주발행가 7630원 적용 시)가 추가 발행된다.

CJCGV가 지분 희석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감수하면서까지 유상증자를 꺼내든 데에는 고금리 기조로 조달 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시대에 조달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을 현 시점에서 차입으로 대체한다면 이전보다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는 금융비용의 증가로 이어져 CJCGV의 현금창출흐름을 크게 저해한다.

CJCGV는 지난 3년 동안 채권담보부증권(P-CBO), 신종자본증권, 영구전환사채(CB) 발행, 유상증자 등 재무적 수단을 활용해 총 1조8천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번 만큼은 대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금리 인상에 따른 부담을 줄여보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CJCGV에 따르면 2022년 809억 원 수준이었던 금융비용은 유상증자 이후 1년 동안 505억 원까지 낮출 수 있다. CJCGV는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금융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JCGV의 재무건전성 지표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CJCGV는 1분기 말 연결기준으로 부채비율 912.0%, 순차입금의존도 66.2%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는 재무 지표상의 수치보다 CJCGV의 실질 재무건전성이 더 열위에 있다는 점이다.

역설적이게도 1분기 말 기준 미상환잔액 9513억 원에 이르는 신종자본증권에서 기인한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여겨지지만 스텝업(금리인상) 시점에서 콜옵션(조기상환권)을 행사하는 것이 관행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실상 만기가 있는 부채와 현금흐름 측면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CJCGV의 신종자본증권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12월 총 36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스텝업 시기가 도래한다. 회사채는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나 그럴 경우 부채비율은 급등한다.

CJCGV의 유상증자를 두고 신규투자를 통한 사업 체질개선 목적 자체에 주목해야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5700억 원 가운데 3800억 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하지만 이를 통해 줄어들 금융비용을 신규투자의 재원으로 삼는다면 이번 대규모 유상증자를 ‘미래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CJCGV는 유상증자를 통해 현금 5700억 원을 거머쥐고 관계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품는다. 이를 통해 부채비율을 대폭 낮추고 신규투자 재원을 마련함과 동시에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한 수익구조 강화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CJCGV는 유상증자 공시를 낸 20일 기업설명 자료를 배포하면서 △기존사업 혁신(안정적 수익 기반 성장동력 극대화) △미래사업 진화(그룹 내 콘텐츠 및 정보기술(IT) 역량 집중) 등 2가지 전략을 실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청사진도 함께 내놓았다.

이 가운데 특히 4DX, 스크린X등 객단가가 높은 특수 상영관의 글로벌 사업을 확장 계획이 눈에 띈다. 극장업계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대항에 내세울 수 있는 차별화 요소이기 때문이다. 

CJCGV는 기존 거점 구축이 만료된 북미와유럽에선 특수상영관 구축 신규계약을 확대하고 중동에서는 사우디 등 수익성 높은 시장 공략에 나선다. 

CJCGV의 특수상영관은 2022년 말 1138개(4DX 785개, 스크린X 353개)인데 2025년까지 1486개(4DX 618개, 스크린X 868개)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CJ올리브네트웍스와 시너지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CJ올리브네트웍스는 CJ그룹의 IT서비스 사업을 하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로 2022년 매출 6652억 원, 영업이익 351억 원을 거두는 등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로 평가된다. 

뿐만 아니라 CJ올리브네트웍스가 보유한 △스마트시네마 인프라 기술 △CG제작 기술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등은 CJCGV의 본업과 시너지가 예상된다.

다만 CJCGV의 주가가 21일 급락하자 종목토론방에서는 일부 주주들의 서슬퍼런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 이용자는 “자체적으로 문제해결이 어려운지 노력하지 않고 여러 차례 손쉬운 유상증자를 통해 메우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이용자는 “기업이 사업으로 망하면 언제든 유상증자로 개미들의 돈을 다시 털면 되는가”고 되물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