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현대차 인수 미국 로봇회사에 정의선 직접투자가 주목받는 까닭
등록 : 2020-12-31 11:28:24재생시간 : 11:32조회수 : 4,013임금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국 로봇회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재 2400억 원을 직접투자했다.

정 회장의 투자를 놓고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그 진정성을 놓고 의구심을 보이기도 한다. 이런 의구심이 일어나는 배경은 무엇일까?  한국 오너가의 직접투자는 왜 논란을 불러올까?

◆ 정의선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에 왜 직접투자했나

현대차그룹은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지분 20%를 사재로 사들인 점을 놓고 “앞으로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지속적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회장의 지분 참여에 따른 기대효과도 보도자료에 담았다. 현대차그룹은 “로봇사업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 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설명은 합리적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측면이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라는 회사를 살펴볼 때 더욱 그렇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1992년 MIT 내 벤처로 분사된 기업으로 세계에서 가장 앞선 로봇기술을 보유했다. 구글과 소프트뱅크그룹 등이 한 차례씩 인수했을 정도로 여러 기업이 탐을 냈다.

하지만 아직 사업적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고 과제도 많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2019년 로봇 개 스팟이라는 상품을 처음으로 시장에 내놨지만 가격만 8천만 원이 넘어 상용화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로봇산업은 상당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려면 많은 시간과 천문학적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의 부담도 적지 않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정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를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은 시장의 우려를 불식할 유력한 방안으로 여겨진다. 위험을 감수하고 오너가 앞장서는 사업이라면 투자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다.

실제로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에 사재를 출연하기로 결정하면서 임원회의를 통해 “회사뿐 아니라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로봇시장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보스턴다이내믹스 직접투자를 바라보는 의구심

정 회장의 직접 지분투자에 의구심을 품는 시선도 있다. 

이상헌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분 인수 구성의 특이점은 현대글로비스와 정의선 회장이 참여했다는 점”이라며 “기업 지배구조상 대주주의 지분 보유가치 극대화를 통해 추후 기업 지배구조 변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지분 승계 자금을 마련하려고 미래가치가 높은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사재를 출연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사오면서 상장과 관련된 옵션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진다.

인수가 마무리된 날부터 4년 안에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상장해 소프트뱅크그룹에 출구를 마련해주지 못하거나 회사를 상장하지 않으면 5년 뒤에는 소프트뱅크그룹 보유지분을 정해진 가격에 매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그룹과 이런 계약을 맺은 것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예고로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이 기간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를 크게 키워 나스닥 상장에 성공한다면 정 회장이 보유한 지분 20%의 가치가 2400억 원을 훌쩍 넘어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금회수가 가능해지는 것이고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 기업가치가 오를 가능성에만 주목한 분석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 상승은 사실상 예견된 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능력과 연구개발 역량, 글로벌사업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양산화와 수익성 개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계열사 측면에서도 현대모비스나 현대글로비스와 연계해 로봇시장 진입부터 스마트물류 솔루션까지 사업영역 확장이 가능하며 로봇 중심의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내부 역량을 총동원해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를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스스로 제시하고 있는 만큼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 상승을 의심하는 시각은 거의 없다.

정 회장 직접투자를 놓고 더욱 비판적 시각도 있다. 정 회장의 직접투자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사업적 기회를 빼앗는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모두 인수한 뒤 앞으로 몇 년 안에 회사의 기업가치를 크게 높이면 인수주체인 세 회사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높아질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성과는 자연스럽게 세 회사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정 회장이 직접투자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 세 회사의 주주들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상장에 따른 과실을 정 회장에게 일정 부분 양보해야만 한다.

현대차에게 2400억 원이 부담되거나 부족한 상황이었다면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 회장의 직접 지분투자를 놓고 불편한 시선이 나올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런 시선은 다른 그룹도 받은 적이 있다.

SK가 과거 SK실트론 지분을 취득할 때 최태원 회장이 직접 SK실트론 지분 29.4%를 취득했는데 이를 놓고 회사의 사업기회를 유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과 경제개혁연대는 최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의혹을 제기했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사업기회 유용’이라는 말은 공정거래법에 ‘이사, 경영진, 지배주주 등이 회사에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봉쇄하고 오너가 대신 이익을 취하는 행위’로 규정돼 있다.

다만 회사의 경영상 판단과 사업기회 유용을 구분하려면 명백한 고의성을 증명해야 한다. SK실트론 문제는 이를 증명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공정위의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총수의 지분 직접투자를 놓고 이런 논란이 나온 것 자체가 한국 재벌의 원죄를 보여주기도 한다.

◆ 오너의 직접투자에 의심의 눈초리를 낳는 이유, 한국 재벌의 원죄

정 회장의 보스턴다이내믹스 직접투자는 진성성 있는 투자라고 볼 여지도 충분하고 의구심이 제기될 만한 이유도 있다.

이런 양면성을 지니는 이유는 한국 재벌의 원죄 때문이다. 오너가 직접투자를 통해 개인 이익을 챙겼던 역사가 매우 깊고 오래됐다.

이런 회사들을 살펴보면 삼성그룹에는 삼성SDS가 있고 SK그룹에는 SKC&C가 있었으며 LG그룹에는 범한판토스가, 한화그룹에는 한화S&C가 있었다. 현대차그룹에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오토에버 등이 있다.

이 회사들은 모두 계열사의 IT서비스나 물류사업의 일감을 대거 몰아서 받아 큰 회사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오너들은 이 회사들의 설립 초기에 자본금을 집어넣어 개인 자산을 크게 불렸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재벌 총수들이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면서 이를 통해 증식한 부의 규모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조5천억 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5조1천억 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4조5천억 원, 정의선 회장이 3조1천억 원 등이다.

오너들이 지분 승계를 위해, 혹은 지배력 확대를 위해 성장성이 큰 사업부문을 별도로 분리하고 개인적으로 지분을 취득했다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이 도입된 것도 바로 이런 문제 때문이었다. 오너 개인의 이익을 위한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를 막겠다는 것이다.

◆ 논란 막을 대안은 없는가

이런 논란을 원천적으로 막을 제도적 대안은 없을까?

한국공정거래조정원은 2018년 말에 ‘대규모 기업집단의 사익편취 행위 분석 모형과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사후적 제재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공정거래법과 제도가 발전되어 가야할 필요성이 있다”며 “대규모 기업집단을 둘러싼 이해관계자의 네트워크가 성숙되고 촘촘해져서 경제력 집중 완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효과적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미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규제 수준은 높아지고 있다.

2020년 12월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에 따르면 공시대상 기업집단 소속회사가 총수일가 지분율이 20% 이상인 회사에 일감 몰아주기 등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은 제한된다.

하지만 법 개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여러 허점이 여전히 남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대다수 회사들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자주 쓰는 방식은 해당 회사를 다른 회사와 합병하거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총수일가가 100% 지배하고 내부거래만 존재하는 A회사가 총수일가의 지분이 10%에 불과한 B회사와 합병한다고 가정했을 때 합병회사는 내부거래비율과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모두 줄어들어 일감 몰아주기 감시대상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다.

총수일가가 들고가는 몫은 동일하지만 규제기준만 벗어난다는 것이다.

매각 역시 장래에 발생할 사익편취 문제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매각가격을 결정할 때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생한 이익과 앞으로 발생할 이익을 포함해 기업가치가 산정된다는 점에서 결국 진정한 의미의 논란 해소라고 보기 어렵다고 경제개혁연구소는 바라본다.

어떤 제도도 허점이 있다. 결국은 인식의 문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네이버 기업집단에 속한 유한회사 지음을 제외하면 그 어떤 회사에도 개인적으로 지분을 투자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라인을 세우고 키워 굴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 절대적 기여를 했지만 직접 지분을 투자하지 않았다. 이런 점 때문에 네이버에서 이해진 창업주의 리더십은 아주 강고하다고 한다.

정의선 회장이 보스턴다이내믹스 직접투자에 따라오는 논란을 극복하고 현대차그룹을 키우겠다는 진정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례를 만들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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