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SK이노베이션 배터리도 주가도 기로에, 김준 승부수가 궁금하다
등록 : 2020-11-10 18:02:10재생시간 : 8:14조회수 : 7,770성현모
◆ 퀀텀점프할까 꺾일까, 김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 기로에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이 기로에 서 있다.

글로벌시장의 전망은 밝지만 SK이노베이션은 시장 성장세에 발을 맞추기 위한 투자여력이 줄고 있다. 밖으로는 LG화학과 벌이는 소송전도 답보 상태에 놓여있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와 관련해 6조 원가량의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산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이 막대한 금액을 매몰비용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 배터리사업이 마주한 대내외적 위기 요인을 풀어내야 한다는 과제를 안은 셈이다.

배터리시장 분석기관 SNE리서치는 전기차배터리 수요가 2020년 303GWh에서 2025년 1270GWh로 4배 늘어난다고 전망한다.

이런 시장 성장세에 발맞춰 김 사장도 공격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19.7GWh에서 2025년 100GWh까지 키우고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톱3 배터리회사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톱3 배터리회사를 살펴보면 1위 LG화학은 올해 120GWh의 우월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유수의 완성차회사를 거의 대부분 고객사로 확보했다.

2위인 중국 CATL은 글로벌 전기차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시장 중국을 텃밭으로 삼고 있으며 3위 일본 파나소닉은 세계 최대 전기차회사 테슬라에 공급한다.

SK이노베이션이 이 가운데 한 회사를 밀어내고 톱3에 올라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김 사장은 스스로 세운 목표를 실현해낼 수 있을까?

◆ SK이노베이션 배터리 투자 더 해야, 김준 살 깎으며 간다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사업이 2021년 매출 3조 원을 내고 2022년에는 매출 5조 원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김준 사장은 이를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계속되는 배터리 투자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적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과 2020년 3분기 말을 비교하면 SK이노베이션은 부채비율이 117%에서 149%로, 순차입금은 6조6천억 원에서 9조6천억 원까지 늘었다. 고작 9개월 만에 재무구조가 악화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도 김 사장에게는 잠재적 투자부담이다. 두 회사가 모두 소통창구를 열어놓고 있다고 말해 결국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지만 배터리업계는 SK이노베이션이 1조~2조 원 수준의 합의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페루 가스광구의 지분 등 비핵심자산의 매각과 윤활유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투자유치, 소재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상장 등 전방위적 자금 마련책을 추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자산매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코로나19로 본업인 정유업이 큰 타격을 입으며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조2429억 원을 쌓는 등 실적이 신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이 지금까지 내린 6조 원의 투자결정으로 SK이노베이션은 2023년 배터리 생산능력을 71GWh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 목표인 100GWh까지 30GWh 정도가 남은 셈이다.

배터리업계에서는 생산능력을 10GWh 늘리는 데 통상 1조 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김 사장이 앞으로 3조 원 수준의 투자를 더 해야 한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550GWh 규모의 배터리 수주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60조~7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수준이다.

이런 막대한 잔고를 적시에 소화하기 위해서라도 김 사장은 투자를 멈출 수 없다. 

◆ 불 안 나는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김준 소재 투자와 연구개발로 뒷받침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는 화재사고가 보고되지 않았는데 이는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리튬이온배터리의 화재는 대부분 분리막에 생기는 리튬이온 결정 ‘덴드라이트’가 분리막을 파괴해 발생한다. 그래서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의 생산능력을 키우는 것만큼이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분리막을 내재화하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최근 폴란드에 짓고 있는 분리막공장에 추가 생산라인을 짓는 투자를 결정했다. 올해 5억3천만㎡의 분리막 생산능력은 2023년이면 18억7천만㎡까지 늘어난다.

2023년이면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현재 글로벌 1위 생산력을 지닌 일본 아사히카세이를 넘어 최대 생산회사가 된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분리막 표면에 세라믹 코팅을 씌워 내구성을 높이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재판 중인 LG화학조차 SK아이이테크놀로지의 분리막을 일부 쓰고 있을 정도니 안전성은 어느 정도 검증된 셈이다.

김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이 차세대 배터리기술을 확보하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여러 미래 배터리 가운데 리튬메탈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밀도가 2배 높은 배터리다. 다만 화재의 주원인인 덴드라이트가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보다 많이 생성된다는 단점도 있다. 더욱 강도가 높은 분리막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SK이노베이션은 리튬메탈배터리와 강도 높은 분리막인 전도성 유리 분리막을 함께 개발하기 위해 2019년 미국 배터리 기술회사인 폴리플러스배터리컴퍼니와 손을 잡고 올해 7월부터는 2019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존 굿이너프 텍사스대 교수와 협력하고 있다.

◆ 그린뉴딜에 뜬 SK이노베이션 주가, 추가 상승동력 찾기 고전

올해 국내 증권시장은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았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3월20일 역대 가장 낮은 가격인 5만5100원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글로벌 그린뉴딜정책과 한국형 뉴딜정책 등에 배터리사업이 재평가를 받으며 SK이노베이션 주가도 다시 올랐다. 8월11일의 18만7천 원은 SK이노베이션이 역대 최고의 영업이익을 연거푸 새로 쓰며 승승장구하던 2016년과 2017년의 주가 수준이다.

현재 SK이노베이션 주가는 다시 12만 원대까지 내려와 횡보하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와 여전히 계속되는 실적 부진, LG화학과 소송 리스크 등으로 주가가 상승동력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업계는 SK이노베이션의 재무적 부담이나 실적 부진보다 배터리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가치가 경쟁사들보다 크게 저평가돼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생산능력 GWh당 사업가치 기준으로 LG화학이나 삼성SDI는 2천억~3천억 원, 중국 CATL은 4천억 원으로 평가받는데 SK이노베이션은 GWh당 550억 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이 다투는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배터리사업의 가치가 상향 재평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는 2020년 12월10일 소송의 판결을 내놓는다.

김준 사장이 판결 전에 LG화학과 합의를 이끌어낼지, 아니면 미국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움직일 수 있는 더 큰 계획을 내놓을지 시장은 주시하고 있다.

◆ 전략에 강한 김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또 한 번 승부수 던질까

김준 사장은 SK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전략과 기획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아랍에미리트의 고위급인사와 회동하는 등 여러 중요한 자리에 김 사장을 동석시키기도 했으며 SK이노베이션의 국제유가 예측모델을 만든 것도 김 사장이다.

배터리사업에서도 김 사장은 전략 전문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왔다.

다른 배터리회사들이 선수주 후증설 전략을 추진할 때 김 사장은 후발주자 SK이노베이션이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 위해 한때 먼저 투자 뒤 수주라는 공격적 전략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들어 글로벌 톱10 회사에 진입하고 나서야 먼저 수주 뒤 증설 전략으로 전환했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1~3위 그룹과 그 아래의 격차는 매우 크다.

2020년 9월 누적 기준으로 전기차배터리 사용량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1위 LG화학이 24.6%, 2위 CATL이 23.7%, 3위 파나소닉은 19.5%, 4위 삼성SDI은 6.2%, 5위 BYD는 5.5%, 6위 SK이노베이션이 4.4%다.

글로벌 그린뉴딜로 전기차와 배터리가 주목받는 지금 시점은 김 사장이 다시 한번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일 수도 있다.

투자에 다시금 고삐를 당길 수 있도록 자금 마련에서 성과를 내거나, 대규모 수주를 확보하거나, 새 고객사를 유치하거나, LG화학과 합의에 성공하거나.

김 사장이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을 충전할 수 있는 무언가를 내놓을 때 시장은 다시 SK이노베이션에 뜨거운 호응을 보낼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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