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코로나19시대 증시 개미, 버텨야 할 곳과 물러나야 할 곳 아는가
등록 : 2020-07-01 17:27:55재생시간 : 15:26조회수 : 3,507임금진
“주식 투자란 참을성이 없는 사람에게서 참을성이 많은 사람에게로 자본이 이동하는 과정이다.”

‘버티면 승리한다’는 투자업계의 유행어를 뒷받침해주는 투자의 잠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잠언이 모든 상황에 맞는 것은 아니다. 버티면 승리하는 투자상품도 있지만, 절대 버텨서는 안되는 상품도 많다. 

어떤 상품들이 버티면 안되는 상품인지, 어떤 종목이 버티면 오르는 상품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해당 상품의 ‘규칙’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리며 ‘투자 광풍’이 일어났던 WTI(서부텍사스산 원유 선물지수) ETN 상품은 버티면 안되는 상품의 가장 대표적 예시다.

◆ 2천%까지 확대됐던 WTI ETN의 괴리율, 버텨도 얻을 것이 없다

ETN은 상장지수상품의 한 종류로 상장지수상품이란 주가지수, 파생상품, 원자재, 환율 등 다양한 지수들을 추종하면서 증권시장에 상장돼 거래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투자상품을 말한다. 펀드 형태를 띄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 달리 채권(Note)의 형태를 띄고 있기 때문에 상장지수채권(ETN)이라고 불린다.

올해 초부터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원유 투자 수요는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원유WTI에 쉽게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WTI ETN 상품에 몰렸다. 

유가는 급락하는데 원유WTI ETN 매수세는 오히려 급증하면서 여러 증권사에서 발행한 원유WTI ETN의 시장 거래 가격이 추종지수인 원유WTI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원유WTI ETN 괴리율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왔다.

괴리율이란 ETN이 추종하는 지수의 실제 가치와 ETN의 시장 거래가격 사이에 발생하는 차이를 뜻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유WTI ETN의 매수세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상황에서 4월20일 원유WTI는 거래 사상 첫 마이너스를 보엿고 괴리율은 더욱 확대됐다. 삼성증권에서 발행한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ETN의 괴리율은 4월21일 2천%를 기록하기도 했다.

괴리율이 2000%인 상황에서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 단기간에 유가가 현재의 10배 이상 폭등해야 한다. 사실상 오래 버틴다 하더라도 원금 회복이 어려워지는 사태가 발생한 셈이다.

◆ 레버리지와 롤오버, '버티기'를 어렵게 만드는 또다른 원인

개인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몰린 대부분의 원유WTI ETN 상품들이 2배 레버리지 상품이라는 것 역시 투자자들의 원금 회복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레버리지2배 상품은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지만, 하락장이거나 지수가 밴드에서 등락을 반복할 때는 오히려 손해가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100원짜리 상품의 가격이 30% 하락한 뒤 다시 30% 오를 때, 일반적 투자상품은 약 9원의 손해를 보게 되지만 레버리지2배 상품은 약 36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롤오버 역시 원금 회복을 방해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롤오버란 현물을 인도해야 하는 ‘만기’가 있다는 선물 거래의 특성 때문에 선물 거래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만기가 도래한 선물을 매도하고 아직 만기가 많이 남아 있는 선물을 매수하는 행위를 말한다. 

선물은 일반적으로 만기가 더 많이 남은 상품(근월물)이 만기가 많이 남지 않은 상품(최근월물)보다 가격이 비싼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롤오버가 진행되면 일반적으로 투자자에게 손해(비용)가 발생하게 된다.

원유WTI ETN은 선물지수인 원유WTI를 추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만기가 가까워 올 때마다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투자자의 원금회복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괴리율, 레버리지, 롤오버라는 원유WTI ETN의 세 가지 특성을 면밀히 살펴본다면 이 상품은 장기투자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되는 상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 '분석할 수 있는 것'을 버텨야 한다

그렇다면 ‘버티면 승리한다’는 투자업계의 잠언은 어떨 때 적용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투자하려는 상품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다. 분석이 가장 용이한 투자상품은 기업의 주식이다.

향방을 쉽사리 예측하기 힘든 원유 선물지수 등과 달리 기업은 사업보고서, 투자설명서 등을 통해 그 기업의 사업을 면밀히 분석할 수 있다. 이런 분석의 결과에서 나온 믿음이 있을 때 ‘버티면 승리한다’는 잠언이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대표상품이 반도체,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이라는 것을 모든 투자자들이 알 수 있으며 삼성전자의 제품이 팔리고 있는 시장을 분석한 각종 자료 역시 넘쳐난다. 국내 대표 게임회사 가운데 하나인 엔씨소프트는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이 어떤 것인지, 이 게임의 매출은 어느 정도인지가 모두 공개된다. 

이런 자료들을 바탕으로 기업을 면밀히 분석할 때 이 기업의 주식은 사서 버티면 수익을 낼 수 있는 주식인지 판단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 분석의 함정, 완벽하게 파악했다는 착각을 일으키는 '광풍'을 조심해야 

분석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다 파악했다고 착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투자 광풍이 일어날 때는 주위 사람들이 모두 현재 광풍이 불고 있는 상품을 유망하게 바라보고, 긍정적 분석 또한 많이 나오기 때문에 그 상품의 가치에 거품이 끼어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게 될 수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된다. 3대 버블이라고 불리는 튤립버블, 남해버블, 미시시피버블 등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거품이 껴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개인투자자들이다. 

다음 시간에는 개미들의 되풀이되는 잔혹사, 투자 광풍들과 관련된 이야기를 이어나가도록 하겠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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