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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델타항공으로 본 대한항공 미래, 조원태 더하기 빼기 중요

윤휘종 기자 yhj@businesspost.co.kr 2021-01-2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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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7위. 통합 대한항공의 미래 순위다. 여객·화물 운송량 기준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서 발간하는 세계항공통계 기준 2019년 대한항공의 순위가 19위라는 것을 살피면 한 번에 무려 12계단을 뛰어오르는 셈이다.

하지만 덩치가 커졌다고 해서 기업의 상황이 무조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 모든 항공사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는 것을 살피면 오히려 커진 덩치가 대한항공에 독이 될 수도 있다.

과연 대한항공은 세계 7위라는 덩치에 걸맞게 잘 날 수 있을까?

델타항공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델타항공은 2005년 파산 위기까지 몰렸지만 노스웨스트항공과 합병해 2011년에는 ‘포춘’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항공사 1위, 2019년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매출을 낸 항공사가 됐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회장은 델타항공의 통합사례에서 어떤 통찰을 얻을 수 있을까?

◆ 노선 더하기와 빼기가 성공의 열쇠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통합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 항공사가 서로 약점을 보완해줬다는 것이다.

델타항공은 미국 국내노선에, 노스웨스트항공은 해외노선에 각각 강점이 있었다.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주도했던 델타항공 CEO 리처드 앤더슨은 합병 상대로 노스웨스트항공을 뽑은 이유를 두고 “델타항공의 약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항공사였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역시 서로에게 보완이 돼 줄 수 있다.

2019년 대한항공 IR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미주와 유럽 노선에서 전체 매출의 48%를 냈으며 중국 동남아 노선의 매출비중은 33%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의 미주·유럽 노선의 매출 점유율은 33%, 중국과 동남아노선은 41%다. 

아시아나항공은 사드 보복 이전인 2016년에는 전체 매출의 21%를 중국 노선에서 냈다. 당시 대한항공의 중국 매출비중은 12% 정도였다는 것을 살피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은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중국 노선 운수권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부족한 미주·유럽 장거리 노선을, 아시아나항공은 자칫 저비용항공사 공세에 빼앗기기 쉬운 중국·동남아 단거리 노선을 채워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중복노선이 많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오지만 오히려 독점의 효과를 낳아 수익성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동시에 취항한 노선은 대부분 그 운송량이 많은 ‘황금노선’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하면 대한항공은 그동안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하던 황금노선의 막대한 수요를 독점할 수 있게 된다.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이 대표적 사례다.

울란바토르 노선은 대한항공이 무려 20년 동안 독점적 지위를 누리며 큰 이익을 내던 노선이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대한항공이 독점운영을 하고 있을 때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운임은 같은 비행거리의 다른 노선의 운임에 비해 최대 2배 정도 비쌌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노선의 운수권을 따내기 위해 몽골의 기간산업부 장관, 항공청장을 면담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결국 2019년 2월 이 노선의 운수권을 따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다는 것은 이 노선이 다시금 대한항공의 독점노선이 된다는 의미다. 물론 운수권의 추가로 공급 자체가 늘어났기 때문에 기존처럼 높은 운임을 받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아시아나항공과 경쟁할 때보다는 훨씬 많은 수익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인천~방콕 노선 역시 통합으로 수혜를 입을 수 있는 노선이다.

현재 인천~방콕 노선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황금 시간대인 오후 5시~8시에 운항하고 있다. 만약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된다면 대한항공은 기존 아시아나항공 노선을 또 다른 피크시간대인 오전 10시~12시로 옮겨 운항하는 등 노선 운항시간을 분산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취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두 항공사의 노선이 합쳐져 공급과잉이 발생하거나 운영 비효율이 큰 노선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원태 회장이 합병의 시너지를 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더하기와 빼기’라고 볼 수 있다.

어떤 노선이 합병했을 때 1+1=3이 되고, 1+1=0.5가 되는지 엄밀히 살펴보고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 정직한 소통과 목표의 공유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합병을 주도했던 델타항공의 CEO 리처드 앤더슨은 2012년 국내 한 언론사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직하게 소통하고 성공에 대한 갈망을 직원과 공유하는 것이 합병의 첫걸음”이라며 “주주들에게 연간 10억 달러의 시너지효과를 내고 직원들에게 이익의 15%를 공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리처드 앤더슨이 델타항공과 노스웨스트항공의 통합 과정에서 소통을 강조한 이유는 델타항공이 위기를 맞이한 이유 가운데 소통의 부족이 큰 축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델타항공은 1990년 이후 유가가 급등하자 회사의 어려움을 직원들에게 설명하고 함께 이겨가는 길이 아니라 2004년 대규모 구조조정이라는 길을 선택했다. 수많은 숙련 조종사들과 승무원들이 델타항공을 떠났고 이는 델타항공이 2005년부터 겪은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을 앞두고 가장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은 바로 직원들이다. 직원들은 통합 이후 고용승계가 어떻게 될지, 통합 대한항공이 코로나로 항공업이 굉장히 어려운 이 상황을 견뎌낼 수 있을 것인지 등과 관련된 명확한 답을 절실하게 원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줄곧 경영권 싸움을 벌여왔지만 이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이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원태 회장이 정확히 대한항공이 어떤 목표를 향해 가는지, 그 목표를 잡기 위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지, 어떻게 원하는 목표를 이루려는지 직원과 투자자, 나아가 사회와 소통하며 공유할 시점이 됐다는 뜻이다. 

◆ 각자도생 2년, 통합 대한항공 운명 가를 중요한 분수령

통합 대한항공의 미래는 향후 2년에 달려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인수절차가 모두 완료된 이후에도 약 2년 정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별도의 회사로 운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바로 이 2년이 통합 대한항공이 앞으로 나아갈 길을 가르쳐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30년 동안 다른 회사였다.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상대방을 속속들이 낱낱이 해부해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정말 기내식문제는 완벽하게 해결된 것인지,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는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잉여인력은 어느 정도고 부족한 인력은 어느 정도인지, 통합 전에는 어떤 방향으로 장기적, 단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있었는지 등을 꼼꼼히 살필 수 있는 시간을 얻은 셈이다.

조원태 회장은 분명 대한항공을 세계 최고 수준의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조원태 회장의 판정승으로 끝나는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고 코로나19 역시 백신과 관련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포스트 코로나19’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조원태 회장의 아버지,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여러 논란을 낳았던 경영자다. SNS에서 조종사와 설전을 벌여 논란이 되기도 했었고 가족들과 관련된 구설은 아직 경영권 분쟁이라는 형태로 한진그룹과 대한항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조양호 전 회장과 관련해 모두 한 목소리로 인정하던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항공사 경영에서 조양호 전 회장을 따라올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괌 여객기 추락사건으로 엄청난 위기에 빠져있을 때 대한항공을 구해낸 것이 바로 조양호 전 회장이었다. 조 전 회장은 이와 관련된 자부심이 매우 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연 조원태 회장은 통합 대한항공을 통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항공업은 역시 조원태’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통합을 통해 어떤 자리에 올라서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채널Who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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